고민될 땐 '스마트 캐주얼'...바지 핏만 살려도 세련돼 보여
중요한 회의 땐 슈트로 신뢰도 높여야...넥타이는 필수

복장 자율화 시행 이후 옷 입는 걸 어려워 하는 직장인이 많다. 하지만 옷이 ‘사회적 얼굴’임을 인지한다면 한결 접근이 쉬워진다.

건설 회사 차장인 직장인 김민성(43·가명) 씨는 요즘 출근 준비 시간이 길어졌다. 복장 자율화 시행 이후 일어난 변화다. 김 씨는 "십여 년간 슈트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는데, 갑자기 캐주얼을 입으라니 난감하다"며 "회사에 반항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따르곤 있는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된다. 슈트 입을 때가 편했다"라고 토로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연이어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넘어 평상복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이 건설 계열사와 함께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 데 이어 포스코건설, GS건설, 한진그룹, 현대중공업 등이 동참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참석해 "내년 여름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겠다"며 직원들에게 자율 복장을 독려하기도 했다.

◇ "자율 복장, 슈트보다 어려워요"

하지만 일부 직장인은 자율복 입기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회사가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아서다. 한 건설사 인사팀장은 "젊고 트렌디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율 복장 제도를 시행했지만, 가이드라인은 따로 주지 않았다. 알아서 적당히 입으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결국 선임의 취향에 따라 자율복의 수위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입사 2년 차 회사원 이승훈(29·가명) 씨는 "생각 같아선 어글리 슈즈에 후드 티셔츠를 입고 싶지만, 팀장이 싫어하는 거 같아 비즈니스 캐주얼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복장 자율화를 대하는 온도 차가 큰 이유는 ‘편한 옷’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후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어도 되는지를 두고 실랑이한다.

캐주얼, 대체 어디까지 입어야 할까? 회사에선 ‘스마트 캐주얼’이 적당하다. 청바지를 입어도 물이 과하게 빠지지 않은 어두운 청바지를, 운동화도 디자인이 심플한 스니커즈를 신는 식이다.

하지만 ‘옷이 나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인 박영신 크레비 대표는 복장 자율화를 "자신을 표출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박 대표는 "기업이 자율복 시행에 나선 이유는 젊고 창의적인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옷차림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존감과 업무 성과가 높아진 사례가 많다. 자신을 위해 옷 입기에 주목해 보라"고 했다.

① 먼저 ‘나’ 자신을 알자

그럼 어떻게 입어야 할까? 박 대표는 ‘스마트 캐주얼’을 추천했다. 캐주얼 의류를 입되, 갖춰 입으라는 것이다. 예컨대 청바지가 허용되면 워싱(물빼기)이 들어가지 않은 어두운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가 허용되면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스포츠화 대신 심플한 단색 스니커즈를 신는 식이다.

옷 입기에 앞서 필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모든 사람은 타고난 외모와 체형이 다르고, 나이를 먹어가며 이미지가 변한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알고 어울리는 스타일과 색을 찾아야 한다. 박 대표는 "연예인이 입은 옷을 따라서 사거나, 40대에도 30대 때 입던 브랜드를 찾아선 안 된다"며 "발품을 팔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옷입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지 핏’, 통이 좁고, 길이는 신발에 닿을 정도의 기장이 적당하다.

② ‘바지 핏’부터 살려라

많은 남성이 옷을 입을 때 재킷이나 셔츠에 주목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지 핏(fit)이다. 아무리 상의를 잘 입어도 바지가 후줄근하면 볼품없어 보인다. 신발을 신었을 때 신발에 살짝 닿는 정도의 기장에, 통은 주머니에 손을 자유롭게 넣다 뺏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좁은 통이 적당하다.

상의도 핏이 중요하다. 요즘엔 슬림하게 입어야 젊어 보인다며 실제 체형보다 옷을 작게 입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체형의 단점만 부각할 수 있다. 어깨가 넓고 살집이 있다면 넉넉한 클래식 셔츠를 입자. 재킷도 단추를 잠갔을 때 벌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좋다.

재킷 색상은 남색과 짙은 회색이 무난하다. 단, 얼굴에 홍조가 있는 경우엔 갈색, 황색 등은 안색이 더 붉어 보일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③ 옷은 기본형, 액세서리는 트렌디하게

몇몇 직장인은 자율복 시행 이후 옷값 지출이 늘었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일주일을 나기 위해 많은 옷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남성의 경우 계절별로 재킷 2벌, 이너웨어(셔츠·니트 등) 3벌, 바지 2벌이면 충분하다. 박 대표는 "옷은 단순한 걸 구매하고, 머플러·신발·안경 등으로 포인트 주면 세련돼 보인다"며 "트렌디해지고 싶다면 이너웨어나 소품을 유행 색으로 택하라"고 조언했다.

캐주얼 복장에도 넥타이는 좋은 소품이 된다. 특히 카디건을 입을 땐 넥타이를 매면 맵시가 산다. 실크 대신 니트나, 모 소재의 넥타이를 매면 캐주얼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중요한 일정엔 슈트를 갖춰 입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넥타이는 필수다.

④ 중요한 회의 땐 슈트를...넥타이는 필수

자율복을 입는다고 슈트를 배제해선 안 된다. 외부 미팅이나 중요한 발표를 할 땐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복장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슈트를 입을 땐 넥타이를 꼭 착용해야 한다.

박 대표는 "기업 CEO나 임원들도 중요한 자리에서 슈트에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메시지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라며 "중요한 안건을 발표할 때는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옷을 갖춰 입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