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판매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재석(가명)씨는 정부가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발표하자 고민에 빠졌다. 소량이지만 폐질환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형 담배보다 덜 유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정부 발표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했다.

국내 보건당국이 국내 유통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실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KT&G ‘시드 토박’과 줄랩스 ‘줄팟 크리스프’ 등 13개 제품에서 중증 폐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성분인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미량 검출됐다.

다만 미국에서 문제가 된 대마유래성분(THC)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마약 성분인 대마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내년까지 추가 연구를 통해 인체 유해성 관련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 반장)은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민 여러분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일반 궐련형 담배.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 궐련형 담배의 유해성 비교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지 않고 액상형 전자담배만 사용중단을 권고한다면 흡연자들의 불안만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성관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정책과 보건연구관은 "이번 발표는 중간 성격의 발표"라며 "일반 담배의 경우 100년 이상 연구가 이뤄졌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아직 10년 정도 밖에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반 궐련형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계에서 꾸준히 보고된 바 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의 질병이다. 일반 담배에는 약 4000여종의 화학물질과 타르 등 60여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미국 등 서구에서는 폐암 환자의 90%, 국내에서는 약 70%가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집계된다"면서 "담배는 무조건 끊는 것이 건강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폐암센터장(호흡기내과 교수)는 "연초 형태의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에 화합물이 들어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고농도 유해 화합 물질을 흡입해 폐로 들어가면 염증이나 암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특정 종류의 담배에 대해 ‘사용중단’을 권고하기보다는 충분한 연구를 통해 균형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