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애프터라이프'·컴투스 '워너비 챌린지', 구글플레이 매출 150위권
여성 모바일게임 이용률 남성과 비슷…틈새시장 창출 긍정적

선정성 높은 의상을 입은 미소녀와 울긋불긋한 근육질 남성. 모바일게임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미소녀 대신, 순정만화에서 나올법한 ‘미소년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게임 시장의 소비계층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여성 게이머들을 공략하는 ‘여성향 게임’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NHN이 출시한 애프터라이프 게임 장면.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NHN과 컴투스가 지난달 말 각각 출시한 여성향 게임 ‘애프터라이프’와 ‘워너비 챌린지’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50위권 안팎에 안착했다. 앞서 넷마블이 출시한 방탄소년단 게임 ‘BTS 월드’도 이날 기준 매출 138위에 올라 있다. 게임업계에선 통상 매출 순위 200위권 안에 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기존에도 남녀노소가 즐기는 캐주얼 게임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여성향 게임은 좀 더 과감하게 여성층을 공략한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주변엔 각양각색의 미소년 캐릭터가 함께 한다. 연애시뮬레이션적 특성을 갖고 있어 주인공과 캐릭터간 연애도 가능하다.

애프터라이프는 카드 수집형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지닌 남성 캐릭터 20명이 등장한다. 게이머는 매니저가 돼 이들을 육성하고 호감도를 쌓는다. 전투 시스템이 있지만, 보드게임 ‘부루마블’과 비슷한 방식으로 폭력성은 낮다. 애프터라이프는 사전예약자가 3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NHN 관계자는 "애프터라이프 기획·아트·스토리·사업담당자가 모두 여성"이라며 "이용자층도 10~20대 여성이 주류"라고 전했다.

워너비챌린지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일진에게 찍혔을 때’로 인기를 끈 데이세븐(Day7)이 개발했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100만다운로드를 돌파, 웹드라마로 제작됐던 게임이다. 워너비챌린지에는 남성 ‘도깨비’ 캐릭터 4명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들과 SNS(소셜미디어) ‘좋아요’를 통해 연을 맺고, 패션 대회에 도전하며 연애 감정에 빠져든다.

컴투스 자회사 데이세븐이 개발한 워너비챌린지의 등장 인물.

게임업계가 여성향 게임에 주목하는 배경엔 늘어나는 여성 게이머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과 여성의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각각 59.6%와 59.1%로 비슷했다. 월 평균 지출액은 남성이 4만304원, 여성이 2만649원으로 차이가 있지만, 지출 중간값은 각각 1만1000원과 1만원으로 격차가 적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수십억원을 쓰는 소위 ‘핵과금’ 이용자가 남성에 편중돼 평균액이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장르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실제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위 중 8개 게임이 MMORPG다. MMORPG는 개발비가 많이 들고, 출시 후 서버 운영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개발 기간이 길고 실패 위험도 크다.

때문에 캐주얼 게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게임 회사들은 여성향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이용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모바일게임 회사 네시삼십삼분은 내년 상반기 여성향 게임 ‘검, 시간을 긋다’를 출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게이머의 연령대·성별이 넓어지고, 30대 여성 게이머의 구매력도 재조명받고 있다"며 "모든 게임 회사가 MMORPG에 매달리기보다는 개발·운영비가 적은 장르의 게임이 틈새시장을 창출하는 게 게임 생태계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