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이시언이 첫 영화 주연작 '아내를 죽였다'부터 예능 '나혼자산다'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는 영화 '아내를 죽였다' 주연 배우 이시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내를 죽였다'(각본감독 김하라, 제작 단테미디어랩, 제공 단테미디어랩·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영상위원회·와이콘엔터테인먼트, 배급 kth)는 '잔인한 축제' 등으로 유명한 희나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 정호가 아내 미영을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블랙아웃 스릴러 작품이다. 이시언의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극 중 아내를 죽인 강력한 용의자로 몰리는 채정호를 맡아 열연했다.

2010년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된 웹툰 '아내를 죽였다'는 평점 9.4점을 기록하며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설정과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드러나는 반전의 반전으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개봉 전 제32회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아시안 퓨처'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시언은 "이번 영화는 처음에 제안이 와서 놀랐고, 감독님한테도 도전"이라며 "그래서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은 '나혼자산다'를 안 보셨다고 하더라. 지난 1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짧게 짧게 이런 톤으로 연기를 한 게 있었는데, 그런 드라마를 보셨다고 했다. 감독님이 나한테 계속 믿는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처음 해보는 연기라서 어려웠다는 그는 "재밌다는 생각도 있었다. 안 해 봤던 호흡을 해 본 게 신나더라. 즐겁게 잘 촬영했다. 모든 장면을 오래 찍었는데, 우리 영화는 예산도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을 많이 해야했다. 모든 장면을 하나, 하나를 오래 찍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왕지혜 씨와 찍은 첫 장면인데, 진짜 오래 찍었다. 왕지혜 씨와 친한데, 베드신 아닌 베드신이다. 데뷔 10년 만에 가장 진한 스킨십 장면이었다. 그렇게 친한 친구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오래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시언은 배우 활동 외에도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이며, 오는 14일부터 TV조선 새 드라마 '간택-여인들의 전쟁' 방송도 앞두고 있다.

연기와 예능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예능 이미지를 지우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며 "지금 3~4년 쯤 출연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뭔가 방향성이 조금 잡히지 않았을 때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그리고 '나혼자산다' 이미지를 지울 수도 없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멤버들이 영화를 보면 어떤 반응을 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 줄 것 같다. 아직 못 봤는데, 우리 멤버들의 의견이 제일 셀 것 같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오시라고 했는데, 가장 뼈아픈 지적을 해줄 것 같은 분은 기안 84일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시언은 '나혼자산다'에 출연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고 했다. "잃은 건 체력을 잃었고(웃음), 얻은 게 훨씬 많다. 항상 인터뷰 때마다 말하지만, 같이 나오는 멤버 분들이 대한민국에서는 1등을 하시는 분들이다. 내가 그런 분들 사이에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날 가족으로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딱히 잃은 건 없다고 본다. 얻은 게 훨씬 많다"며 애정을 표했다.

예능 하차와 관련해서는 "예전에는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제작진과 우리가 열심히 해서 잘 됐구나'라는 생각이 크고, 다들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내가 나간다고 하면 배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솔직히 '나혼자산다'는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힐링 되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누가 하차 하라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출연할 것"이라고 했다.

예능 이미지 탓에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는 그는 "그건 꼭 '나혼자산다'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연예인은 그런 상처를 받는다"고 언급했다.

이시언은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서 "진지하다기보다 방송처럼 그렇게 촐랑거리진 않는다. '나혼자산다'의 모습도 내 모습이지만, 그건 오랜시간 녹화 했다가 그 장면만 편집해서 붙인 것"이라며 "그런데 되게 실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 그런 점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가끔 처음 보는 분인데 '야! 이시언 우리 같은 아파트 사는데 왜 인사 안 해? 내가 너 보다 나이도 많아'라고 하는 분도 있다. 날 편하게 생각하셔서 그런 것 같다. 그럴 땐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상황을 잘 마무리 하려고 노력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 중인 이시언, 그러나 알고 보면 데뷔 초반 우여곡절을 많이 경험했다. 지난 2009년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지만, 그 이후에는 부침을 겪으면서 고생도 했다고.

그는 "데뷔는 주연으로 했지만, 당시 선배님들이 '이게 끝나면 다신 주연을 못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에이 설마~'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되더라. 그리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풀린 적도 있다. 그런데 확실한 건 정말 힘든 순간 '응답하라 1997'을 만났다. 그때 '데뷔하면 더 힘들다는 얘기가 이런 거구나'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 드라마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이시언은 '응답하라 1997'에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 서인국을 언급했다. "'우리가 이걸 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거 안 되면, 이제 돈도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더라. 난 나이도 서른이 넘었었다. 그때 인국이가 강단 있게 '형 이건 무조건 잘 되고, 형은 무조건 잘 된다'고 해줬다. 그게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을 '쾅' 쳤다. 진짜 잘 될 것 같은 느낌을 탁 심어줬다. 그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기보다 5살 많은 형이 앞에서 펑펑 우는데, '형 왜 울어? 앞으로 잘 될 거야'라고 하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인국이의 얘기가 나한테 많이 와 닿았다.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인국이가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지금 같은 회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라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아내를 죽였다'에서 기존 이미지와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준 이시언은 "예능 속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배우 이미지가 많이 깎인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신선하지 못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 계속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 항상 내 연기에 만족은 못한다. 영화를 보고 더 잘해야겠다고 느꼈다. 수염을 기르는 건 내 아이디어였는데, 어떻게든 안 보여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배우니까 연기 잘한다는 소리가 제일 듣고 싶다. 언제쯤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아내를 죽였다'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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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th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