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군복지단 담배 납품 심사에 '궐련형 전자담배' 첫 입찰 신청⋯군납 뚫을지 업계 관심

궐련형(얇은 종이로 말아서 만든 담배 모양) 전자담배가 1000억원대 군납 시장의 문(門)을 열 수 있을까. 국군복지단이 최근 진행 중인 담배 납품 선정 심사에 담배회사에서 처음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신청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번 국군복지단 심사 결과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가 납품 물품으로 선정되면 지금까지 연초형 담배만 판매해온 군부대 매점(PX) 담배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역 승강장에서 휴가를 나온 한 해병대원이 KTX 열차에 오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필립모리스, 국군복지단 담배 입찰에 나홀로 '전자담배' 출품

국군복지단은 지난달 19일 ‘2020년 일반담배 납품 물품 선정 공고’를 내고, 28일까지 신규 납품 신청을 받았다. KT&G, 필립모리스, BAT 등 국내 담배 빅3 업체는 각각 4~9개 정도의 자사 제품 납품을 신청했다. 대부분 연초형 담배를 출품한 가운데 필립모리스만 자사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인 '히츠'를 납품 품목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군 담배 입찰에 필립모리스에서 히츠 5종(種)을 출품했다"면서 "KT&G나 BAT에서는 전자담배 납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이번 심사에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납품 신청이 들어온 것은 맞는다"며 "현재 서류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국군복지단은 담배 납품 공고에사 '일반 담배'에 대해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종이로 말아 입으로 피우거나 빨아들이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필립모리스 측은 이 일반 담배의 정의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다. '담배에 직접 불을 붙여서'와 같은 연초형 담배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립모리스 측에선 국군복지단이 제시한 일반 담배 정의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해당하는지 법적 자문도 거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군복지단 측도 관련 문의에 '신청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제품을 납품 신청했다는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다른 담배 회사들의 신경전도 거세다. '일반 담배'란 불을 붙여 피우는 기존 연초형 담배를 말하는 것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는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과, PX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담배심만 판매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회사에 매력적인 軍 시장… 제품 하나 납품에 울고 웃다

PX 납품 담배 시장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회사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군 담배 시장은 매출뿐 아니라 장병들이 군(軍)에서 피웠던 담배를 전역 후에도 피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시장엔 아무 담배회사나 들어갈 수가 없다. 국군복지단의 납품 심사를 통과해야만 PX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군 PX에서 유통되는 담배 제품은 모두 18종. 이중 KT&G 제품이 17종이다.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가 PX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외산(外産) 담배다. 국군복지단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외산 담배 납품을 허용했다. 당시 군은 JTI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 납품을 허용했지만, 이 제품은 계약 위반 사실이 적발돼 퇴출됐다.

국군복지단은 이번 납품 심사를 통해 4종의 담배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1차 심사는 이번 주중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심사위원 선정 문제 등으로 인해 심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국군복지단 공고에 따르면 이번 담배 납품 심사는 총 4차에 걸쳐 진행된다. 각 군에서 추천한 흡연 장병과 군무원, 외부인사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맛과 품질, 가격, 인지도, 병영적합도 등을 평가한다.

PX 담배 납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는 KT&G다.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개별 제품으로는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가 시장 점유율 25%로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산 담배가 하나씩 더 들어올 때마다 시장 점유율을 내줘야 하는 KT&G도 총 4종을 추가로 선정하는 이번 군납 입찰에서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외국계 담배 회사는 장병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회사 제품들이 납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담배회사 빅 3의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들. 왼쪽부터 BAT 글로, KT&G 릴,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현재 병영 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병영 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팔지 않으니 병사들은 피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군복지단 측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서류 심사를 통과시킬 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복지단 측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장병들의 수요는 인정하지만 '병영 적합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단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충전 등 기타 사용 여건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납품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