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이 생기고 나서 장사하는 스트레스가 배로 늘었습니다. 익명 리뷰라는 게 연예인 악플과 다를 게 도대체 뭡니까."
충북 제천에서 7년째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49)씨는 요즘 스마트폰 음식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주문한 음식 이외에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거절하면 배달 앱에 악성 리뷰를 올리겠다'고 암시하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배달 앱 최씨 매장 소개에는 '이런 것도 피자라고 가져다주냐' '왜 서비스를 안 주냐'는 리뷰가 달려 있었다. "리뷰 잘 써줄 테니 서비스 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최씨는 전했다. 악성 리뷰가 달리면 즉각 주문이 줄어든다. 최씨는 "어떤 날 주문이 너무 안 들어와 앱에 접속해 봤더니 평점 나쁜 리뷰가 새로 올라와 있더라"며 "악성 리뷰 한 건에 주문이 반 토막 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속상한 마음에 리뷰 글 밑에 '진짜 음식이 잘못된 거면 사진 올려봐라. 환불해주겠다'는 답글을 달아본 적도 있다"고 했다.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이 3일 리뷰 서비스를 확대·개편했다. 지금까지는 식당에 대한 리뷰만 제공했지만, 이날부터는 메뉴 하나하나에 소비자가 리뷰를 달 수 있도록 했다.
배민 측은 이날 리뷰 제도를 개편하면서 '소비자와 식당 모두를 위한 개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민 관계자는 "소비자가 음식 고를 때 리뷰 역할이 커지고 있어, 리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개편한 것"이라며 "업주와 소비자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정작 외식업계에서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가짜 리뷰 문제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돈가스집은 지난달 초 '리뷰를 잘 써줄 테니 서비스 우동을 더 달라' '평점 5점 줄 테니 서비스로 나가는 광어초밥을 장어초밥으로 바꿔달라'는 손님 요구를 연이어 받았다. 업주는 배민에 '리뷰 별점 협박하신다고 더 안 드려요'라는 글로 맞대응했다. 점주는 "도움이 되는 글도 많이 있지만, 리뷰 때문에 음식을 보내고도 늘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고 했다. 리뷰가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공짜 음식을 주는 점주도 많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피자집에선 리뷰를 쓰겠다고 약속하는 손님에게 스파게티, 치킨텐더, 양념감자 등 원하는 사이드 메뉴를 준다. 업체 직원은 "이렇게 하면 2만5000원짜리 피자 기준으로 6000원 정도 손해를 보지만 경쟁 업소가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아예 알바나 광고 업체를 고용하기도 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암암리에 대행 업체 통해 좋은 리뷰를 만드는 사람도 많다"며 "처음에 리뷰는 손님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각종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런 논란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최근 포털에서 음식점에 대한 '리뷰 서비스'를 아예 폐지했다. 대신 내년 1월부터 '영수증 리뷰'를 도입한다. 기존엔 '아무나' 평점과 리뷰를 남길 수 있었다면 앞으론 영수증으로 실제 이용한 소비자를 걸러내 리뷰 작성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리뷰 문제'는 전 세계적 논란거리다. 지난달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명 셰프들이 글로벌 호텔·음식점 리뷰 앱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가 가짜 리뷰를 방치했다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호텔·음식점 리뷰 앱 '마펑워'의 리뷰 85%가 조작됐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인도 내 1위 배달 앱 조마토(ZOMATO)는 업주들이 가짜 리뷰를 계속 생산하자 리뷰만 모니터링해 가짜를 지우는 전담팀까지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