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관람의 가장 큰 장애 요소는 체력이다. 넓은 전시장을 한두 시간씩 거닐다 보면, 직립의 후폭풍이 허리·다리 관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명작을 단 몇 초 만에 지나치는 상황도 생긴다. 한 미술애호가 블로거는 "관람 좀 편하게 하고 싶은데 왜 의자가 없느냐"며 "1시간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 미술관을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를 위한 이른바 '뮤지엄 체어'〈사진〉가 등장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북서울미술관에 가면 누구나 이 1인용 의자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미술관 측이 의자제조업체 시디즈를 통해 기증(200개)받은 것으로, 낚시용 의자처럼 접이식인 데다 무게가 2㎏으로 가벼워 들고다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펴고 앉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업체 측은 "좌식 관람 문화가 익숙지 않은 국내의 경우 해외에 비해 감상 시간이 짧은 편"이라며 "장시간 관람에도 편히 활동할 수 있도록 개발한 의자"라고 설명했다.

외국에는 'Museum Fatigue(미술관 피로)'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미국박물관협의회는 칼럼을 통해 "'미술관 피로'는 실제 존재한다"며 "의자는 관람객의 다리를 쉬게 해줄 뿐 아니라 관람 속도도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의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도 "현재 다른 가구업체와 뮤지엄 체어 협찬 및 비치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