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총학, '성희롱 발언 교수' 폭로
문제의 교수 "학생들이 동성애 동조" 해명…학생 公憤
"동성애 옹호자가 아닌 피해자…논점 흐리지 마라"
학과별 연대 지지 성명문 발표 이어져

서울 총신대학교의 4개 학과가 ‘성희롱 사태를 폭로한 총학생회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연대 성명문을 발표했다. 총학생회 등의 성희롱·성차별·인권침해 실태 조사 결과, 이 학교 신학과 교수 5명이 문제가 됐다는 점이 밝혀진 직후 사건 당사자인 한 교수가 ‘학생들이 동성애에 동조하고 있다’는 해명문을 내놓으면서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25일 오전 한 남학생이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 현관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조현수 총신대 학생회장은 26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들을 공개한 이후 한 교수가 성희롱이 아닌 동성애 문제에 초점을 맞춘 내용의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점을 흐리고, 학생들의 공분을 일으켰다"며 "이에 각 학과별로 자체적으로 회의를 거쳐 총학을 지지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1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총신대 종합관 현관에는 사회복지학과·아동학과·영어교육과·유아교육과 등 4개 학과의 연대 성명 대자보가 붙었다. 이외에도 현재 중독재활상담학과가 성명문을 작성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9개 학과 중 과반수 이상의 학과가 총학생회의 행보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들 학과는 △피해자·제보자 보호 및 2차 가해 방지 △가해자의 잘못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 △문제 교수에 대한 엄격한 징계 △총신대 성(性)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사회복지학과는 성명문을 통해 "총신대와 어울리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현 사태로 인한 아픔을 공감하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총신대 교수 성차별·성희롱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동행하겠다"고 했다.

영어교육학과도 "총신대 총학생회장 및 학생 대표들이 쓴 대자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은) 동성애 옹호자가 아닌 피해자다. 올바른 해석과 폭력적인 언행은 다르다"면서 "(교수는)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 이전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내용의 논점을 흐리기 이전에 무엇이 총신대 학생들을 아프게 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과는 미온적인 학교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아교육과는 "교수들의 충격적인 발언들이 끊이지 않음에도 학교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성차별, 성희롱을 한 교수가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싶지 않다. 학교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이 우리 학교에, 우리 곁에 교수로 있다는 것이 너무 두렵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신학과·기독교교육과·역사교육과 등 3개 학과는 내부 의견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연대 성명에는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총신대 종합관 앞에 붙은 대자보의 모습. 총학생회 등이 붙인 ‘총신대 학내 성희롱 사건 처리 진행 과정’이란 제목의 대자보 위로 학과별 연대 성명 대자보들(위쪽)이 붙어 있다.

앞서 총신대 교수 사태는 지난달 4일 이 학교 신학과 A교수가 수업 중 "여학생들이 화장하는 것이 외국에서 보면 몸 파는 여자들이 하는 행동이지 정상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총신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달 11일 긴급대책위원회를 꾸려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다. 이어 지난 18일 ‘성희롱·성차별 발언 전수조사 결과’를 페이스북 페이지와 대자보를 통해 공개했다.

총신대 총학생회가 대자보를 부착한 지 4시간 만에 문제가 된 교수 중 1명인 이 대학 신학과 B교수가 해명문을 붙여 논란은 더 커졌다. B교수는 해명문에서 "학생들의 주장은 현 정부가 입법화하고자 전방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교수는 수업시간에 동성애에 대해 "어릴 때부터 장난을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중독이 돼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고 하는가 하면, "하나님은 여성의 XX는 잘 만드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