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6000명이 일회용품 줄이기부터 해보자는 다짐으로 취임 법회 때 도시락통과 나무 수저를 선물로 나눠 드렸습니다. 앞으로 비구니회는 환경보호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을 위한 어린이 돌봄, 미혼모, 노숙인 등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25일 서울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에서 만난 비구니회 회장 본각(67·사진) 스님은 도시락통과 수저가 든 선물세트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본각 스님은 지난 9월 제12대 전국비구니회 회장에 선출돼 11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전국비구니회는 조계종 스님 1만2000여명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구니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동국대 철학과를 나와 일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중앙승가대 교수로 26년간 재직한 본각 스님은 불교계에선 '6남매 출가'로 유명한 집안 출신이다. 성철 스님의 맏상좌인 천제 스님을 시작으로 2남 4녀가 모두 출가했다. 집안 출가의 시작은 통영 안정사에서 올린 부친의 49재였다. 당시 이곳에 계시던 성철 스님을 만난 큰오빠는 '또 한 분의 아버지를 만난 것 같다'며 절에 남았다. 며칠 있다가 돌아오려니 했던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큰딸을 보냈다. 그랬더니 그 딸도 출가했다. 성철 스님은 석남사 비구니 인홍 스님에게 "그 가족 다 데려오라"고 했고, 그 길로 남매는 모두 출가했다.

막내인 본각 스님은 세 살 때부터 절에서 살았다. 그러나 본각 스님은 "마음으로 한 진짜 출가는 대학을 졸업한 1976년 석남사로 돌아가면서부터"라고 했다.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머리 기르고 서양 학문을 마음껏 공부하고 석남사로 돌아와 3000배를 올린 다음 날 새벽 발우(스님들의 밥그릇)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난 전생(前生)에도 출가자였구나' 느꼈다는 것.

비구니회는 할 일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출가 인원 감소와 승려 노후 복지도 당면 과제다. 그는 효율적으로 차근차근 풀어갈 생각이다. 당장 비구니회관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어린이집과 동남아 등 외국 출신 비구니 희망자를 위한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미혼모 시설 등도 준비할 생각이다. 그는 선거에 나서면서 '학자로 살던 사람이 왜 (불교) 정치판에 뛰어드느냐'는 주변의 시선에 "나는 회장도 수행으로 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