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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송년회로 시끌벅적한 연말을 보낼 때, 유럽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성탄절을 기념한다. 그네들의 성탄절은 한국의 설과 마찬가지로 연중 가장 큰 명절로, 멀리 나갔던 가족들도 고향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형제자매, 친지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함께 먹고 마신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 때 슈톨렌(stollen: 말린 과일과 설탕에 절인 과일 껍질, 아몬드, 향신료를 넣고 구운 빵에 버터를 바른 후 슈거파우더를 뿌려 만든 독일식 과일 케이크)이 빠지지 않는다. 독일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 슈톨렌을 산다. 그리고는 일주일에 한 조각씩 슈톨렌을 잘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슈톨렌은 숙성이 될수록 맛이 깊어진다. 슈톨렌은 오븐에서 구운 다음 꼬챙이로 찔러 무수히 많은 구멍을 뚫어 녹인 정제 버터에 담근다. 버터를 흠뻑 빨아들인 슈톨렌을 건져 설탕에 굴린다. 버터와 설탕으로 코팅된 슈톨렌은 상온에 몇 달을 두어도 굳거나 상하지 않는다. 가운데에서 한쪽을 잘라내고 양쪽을 맞붙여 비닐랩으로 싸둔다. 시간이 흐르면서 슈톨렌 맛의 변화를 음미하는 게 슈톨렌 먹는 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파네토네(panettone: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빵으로 짠맛이 나는 주식용 비엔나 로제타(비엔나식 장미형빵)와 단맛의 간식용 파네토네가 있다)가 빠지지 않는다. 달거나 느끼하지 않지만, 슈톨렌 못잖게 버터와 설탕이 잔뜩 들어간 빵으로, 슈톨렌처럼 오랫동안 굳거나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내내 먹을 수 있다. 파네토레라는 이름의 어원은 작은 로프케이크(loaf cake·막대 모양 케이크) '파네토(panetto)'에 '크다'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접미사 '-one'가 붙어 '파네토네'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형적인 파네토네는 높이가 12~15cm로 일반적인 빵보다 훨씬 크고 높다.

파네토네와 슈톨렌을 만들려면 버터와 설탕이 다량 필요하고, 준비과정이 길고 복잡해 가격이 웬만한 케이크 이상으로 비싸다. 슈톨렌에 들어가는 견과류와 건과일은 럼에 한 달 동안 재워놨다가 사용한다. 파네토네는 반죽을 발효시키려면 3~4일이나 걸리는데다 제대로 부풀리기도 쉽지 않은 등 제조공정이 까다롭고 길어서 인건비가 일반 빵보다 훨씬 많이 든다.

국내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중 케이크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다. 제과제빵업계에서는 "일 년 케이크 총판매량의 30%가 12월 23~25일 사흘 동안 팔려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 대신 슈톨렌과 파네토네를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 4~5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흔해진 케이크를 대신할 새로운 디저트를 찾는 수요가 생겨났다.

파네토네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크림이나 마스카포네 치즈를 얹어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먹기도 한다. 파네토네와 슈톨렌 모두 코냑, 아마로네 등 브랜디나 럼, 위스키처럼 도수 높은 술이나 와인과 썩 어울린다. 와인 중에선 아이스와인, 소테른,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단 와인(스위트 와인)이나 샴페인, 프로세코 같은 스파클링 와인과 궁합이 좋다. 커피, 홍차와도 찰떡궁합인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