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군은 미국이 실질적으로 '주한 미군 감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주한 미군 감축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기류도 감지됐다. 우리 군이 주한 미군이 감축될 수 있다는 전제로 어떤 대비도 안 돼 있는 상황이란 걸 방증했다.

이날 군은 주한 미군 감축 시 대응 방안에 대해 "가정(假定)적인 상황에 대해 답할 수는 없다"고만 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주한 미군은 우리 군 작계(작전계획)와 핵심적으로 연동돼 있다. 주한 미군이 감축되면 작계 또한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거센 방위비 압박 기조에 따라 군 내부에서는 '주한 미군 감축'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협상용을 넘어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주한 미군이 감축되면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대안은 없다"며 "병력을 채워야 하는데 우리 군도 인구 문제 때문에 병력 감축을 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주한 미군이 감축되는 게 단순 '숫자'의 의미를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주한 미군은 그 자체로 전쟁 억지를 하는 역할이 있는데, 감축으로 인해 전쟁 억지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으로 미뤄볼 때 미국이 뽑아든 주한 미군 감축 카드를 단순 '블러핑(허풍)'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이 50억달러 수준은 아니더라도 현재(10억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정작 정부 내부적으론 미국에 제시할 금액과 산출 근거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점점 더 코너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