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외교위원장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요구는 매우 어리석은 짓"
"50억달러 최종 목표 금액 아닌 협상 시작점…최종 액수 지켜봐야" 관측도
美 전문가 "물가상승률 고려한 3~4%대 인상이 합리적…韓 의회 비준 여부도 고려해야"

미국 의회

18~19일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3차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미 의회에서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는 한미동맹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행 1억달러에 못미치는 방위비를 한꺼번에 5억달러로 늘리라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한국에 50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동맹을 해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엥겔 위원장은 미국의 50억달러 요구는 "매우, 매우 어리석은 짓(very, very foolish)"이라면서 "(자신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사안"이라고 했다. 성명 발표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국이 미·한 상호 방위와 안보, 특히 북한에 대해 상당히 기여하는 값진 동맹국이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는)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도 "한국 정부가 새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했다"면서 "한국의 이같은 기여를 인식하고 주한미군 관련 공정한 분담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노골적인 방위비 분담 압박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시리아 쿠르드족에 등을 돌리는 등 동맹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케인 의원은 "오늘날은 물론 미래에도 미국의 안전은 동맹의 힘에 달렸다"며 "이견이 있다면 따로 조용히 의견을 개진해야지 가장 가까운 나라에 공개적으로 공격을 퍼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 의회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는 실제 목표 금액이 아닌 협상용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테드 요호 의원은 "최종 액수가 얼마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한 50억달러는 "협상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요호 의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라면서 "낮은 금액을 요청하면서 많이 증액되길 기대할 순 없다"고 했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가들도 '합리적인 증액'을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3~4%대의 인상을 합리적인 증액 규모로 꼽았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 의회는 한국에 주한미군 운영유지비의 절반을 낼 것을 요구해왔다"면서 "과거 한국은 이보다 조금 덜 냈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준을 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요구를 한국이 수용하기 어렵다면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요구하는 분담금 항목들에 대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기존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원칙에서 벗어나는 요구를 할 경우 한국 국회는 비준동의를 거부할 것"이라며 "새로운 합의는 반드시 한국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 미 8군사령관도 "미국의 50억달러 요구는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기존의 다른 합의들과 형평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