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8시 서울 장충동 동국대 중문 경비실 앞이 20대 남녀 20여명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줄지어 서서는 인원 파악을 마친 뒤, 경비실 창고로 들어가 각자 형광색 야광 조끼를 꺼내 걸치고 한 손에는 경광봉을 쥐고는 학교 안팎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청년들의 정체는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재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 '캠퍼스 폴리스'〈사진〉다. 2011년부터 9년째 학교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학기 중이면 매주 월~목요일 밤마다 자발적으로 모여 3시간씩 학교 주변 방범 순찰을 다닌다.

이날 순찰 지역은 학교 주변 원룸촌(村)과 교내 건물 세 곳이었다. 5인 1조로 나눠 각기 다른 지역을 순찰했다. 학교 건물 화장실을 돌며 몰카 탐지기로 몰카 설치 여부를 살피기도 했다. 다행히 문제 되는 사건은 없었다. 신입생 전현지(19)씨는 "평소에는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술 취한 사람들에 대한 경찰 인계가 많다"면서 "친구들이 안전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경찰 지망생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캠퍼스 폴리스는 2015년부터는 관할 경찰서인 서울 중부경찰서와 업무협약을 맺고 2주마다 파출소 직원들과 함께 합동 순찰도 하고 있다. 이 동아리를 거쳐 간 학생만 약 1000명에 달한다.

동아리장을 맡고 있는 경찰행정학부 3학년 표시환(21)씨는 "올해 순찰 도중 발생한 문제 해결 건수만 69건"이라며 "올해 5월에 열린 학교 축제 때는 여학생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치는 20대 남성을 붙잡아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결국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됐다고 한다. 표씨는 "현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120명 정도 되는데, 절반 이상이 유도나 주짓수 유단자일 정도로 체력이 좋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캠퍼스 폴리스와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런 실적들을 바탕으로 지난 14일 열린 전국 255개 경찰서 대상 '지역공동체치안협의체 경진대회'에서 2위에 해당하는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