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손발이 차갑다고요?
쉽게 손발이 얼고 체온이 오르지 않는다면 몸속 흐름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피가 굳어져 덩어리가 생기면 몸의 온도가 사지 말단인 손발에서부터 낮아집니다.
뚝 떨어진 수은주 탓인지 손발 차갑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제가 나설 때가 된 것 같군요.
'혈관 청소부'라고도 불리는 제 이름은 '낫토'입니다.
◇방한식품 낫토, 체온 올리고 체내 방어력 강화
우선 제 억울함을 먼저 풀고 가도 될까요? 최근 제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홀대받고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한국에서 만나는 낫토는 대부분 국내산 콩을 사용해 만들어진 '한국형 낫토'입니다. 일본산 대두보다 콩알이 크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은 원료를 사용해 영양은 더해지면서도 모습은 변신해왔지요. 한국형 낫토를 아셨다면 가까이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효소와 영양으로 무장해 차가워진 손발을 녹여줄 준비가 됐습니다. 몸의 체온을 올리고 체내 방어력까지 강화해주니, 그야말로 '방한(防寒) 식품' 아닐까요?
낫토라는 제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신에게 바친 콩(豆)'이라는 뜻으로 처음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일본 절의 주방을 일컫는 낫쇼(納所)로부터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육류를 먹지 않는 절의 승려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바로 대두였는데요. 이 대두를 이용한 요리가 낫쇼에서 많이 만들어져 나왔는데, 이 때문에 낫토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식(食) 역사로 볼 때 신에게 바쳐진 식품이자 육식을 금하는 승려들에게 가장 중요한 급원이 됐던 만큼 저는 대접받은 식품이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몸 구석구석 관여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건강 증진에 톡톡한 역할을 해내는 덕에 한국의 김치와 함께 세계 5대 발효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지요.
◇유익균 많아 장 건강 돕고, 효소 풍부해 순환 촉진
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발효'라는 특수한 과정 때문입니다. 볏짚에서 추출한 낫토균(종균)을 배양한 뒤 삶은 대두와 혼합 발효해 만들어집니다. 진액이 실처럼 끈적끈적하게 늘어나는 제 모습 많이 보셨지요? 대두를 발효시키면 원래의 생콩보다 소화 흡수율이 8~9배 높아집니다.
낫토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은 제각각 기능이 다릅니다. 우선 낫토를 만들어내는 낫토균은 사람의 장내에서 유익균이 되기도 하고, 유익균의 먹이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만 발효식품 속의 유익균은 장 기능을 원활하게 도와주죠.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장에 해로운 균을 억제하고 독소 배출을 도와줍니다. 풍부한 식이섬유와 필수아미노산의 작용으로 장운동도 활발해지고,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속에 비타민 E, 인프라본, 사포닌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체내 세포의 산화를 막아 주기 때문에 노화를 늦추는 데도 좋습니다. 또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인 이소플라본까지 섭취할 수 있어 여성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몸의 냉기를 없애주고 피부에도 관여하니 여자에게도 참 좋은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네요.
사실 이런 작용들은 저 낫토가 가진 수많은 유용성 중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중에 제일가는 작용이 바로 '몸의 피 순환'에 있습니다. 제 속에 가득 품은 효소, 낫토키나제 덕분인데요. 낫토키나제는 콩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낫토균(바실러스균)에 의해 생겨납니다. 수많은 연구에서 낫토키나제가 혈관의 흐름을 유연하게 뚫어주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제 가치를 올릴 수 있었던 핵심 성분이랍니다. 이 효소 덕분에 제가 '혈관 청소부'라는 별명도 얻을 수 있었지요.
◇낫토의 변신은 무죄! 식탁 위를 벗어난 낫토
사람들은 저를 청국장과 많이 비교합니다. 청국장은 제 절친이에요.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원리로 태어난 호형호제하는 사이죠. 청국장은 만들 때 염분이 들어가기도 하고, 식생활에서는 주로 찌개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죠. 반면 저는 생으로 즐겨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가 무궁무진합니다.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만큼 낫토로 건강의 유익함을 얻은 사람들은 끊을 수가 없다고 하지요. 미국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나 세계 장수 구루들이 건강관리 식품으로 낫토를 즐겨 먹는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먹기 어렵다' '냄새 난다' 같은 우려는 붙들어 매세요. 한국 콩을 사용해 한국 맞춤식으로 변화하는 저를 다양하게 만나기만 하면 됩니다. 실제로 시중엔 한껏 변신한 제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풀무원·CJ제일제당·오뚜기 등 식품기업이나 푸른친구들 등 건강식품기업에서는 생낫토의 냄새가 역하거나 먹기가 귀찮아 손이 잘 안 간다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낫토 제품들을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게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변모하고 있습니다. 김치 종균으로 발효한 낫토, 기업마다 숙성방법을 달리해 만들어진 낫토, 아이들이 먹기 좋게 소스와 함께 출시된 낫토 등의 모습은 기분 좋은 변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일반 식품과 다르게 낫토를 과립형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편하게 갖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저를 즐길 수 있는 타입인데요. 밥 먹을 때 반찬 정도로만 인식됐던 저의 모습을 다르게 들여다본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식탁 위를 벗어난 낫토의 활약도 기대되는군요.
여러분은 어떤 제 모습이 맘에 드시나요? 올겨울 체온 높이는 방한 식품으로 제 몸 아낌없이 바칠 예정이니, 다양하면서도 더 간편한 방법으로 저 낫토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