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일방적으로 학과를 폐지한 뒤 수업 들을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담당 교수를 면직 처분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학 구조조정은 학내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을 때 정당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교원 신분은 충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대학교수 A씨가 "면직처분 불복 청구를 기각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가 1997년부터 교수로 재직한 학교법인은 2013년 교무위원회를 열고 A씨가 맡고 있는 학과 명칭을 바꾸고 입학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 총 입학 정원이 줄자 이듬해 2월 일방적으로 학칙을 개정해 해당 학과를 폐지했다. 이어 2017년 4월 해당 학과에 남은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A씨를 면직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냈지만 작년 5월 소청위가 기각하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학과 명칭을 바꾼 뒤 입학정원을 늘리기로 해놓고 신입생 모집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폐지 결정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가 내세운 구조조정 규정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학과가 폐지돼야 하는데, A씨가 속한 학과만 없앤 것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학과 폐지 결정 이후 다른 학과로 전환 배치하거나 교양과목을 맡기지 않고 곧장 면직 처분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학과 폐지에 따른 직권면직은 교원 신분을 완전히 박탈하는 등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폐과’라는 조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학과가 폐지되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규정을 제대로 공고하지 않고, 조건에 맞지 않는 다른 과를 두고 A씨가 있는 과만 폐지한 것은 대학 자율성을 감안해도 위법하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학칙 개정 전인 2013년 7월 총장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에게 학과 삭제 내용이 담긴 계획서를 제공했고, 입학전형에서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은 사실도 인정된다"며 "학칙 개정 이전에 이미 사실상 A씨 학과를 폐지하고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으므로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헌법을 비롯한 교육 관련 법령은 교육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교원의 신분을 매우 두텁게 보장하고 있다"면서 "교원의 신분변경에 관한 내용 등이 포함된 구조조정 규정을 고칠 때에는 모든 대학구성원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제대로 지켜져야만 적법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