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크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4mm 깊이 주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인슐린 주삿바늘.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팀이 개발한 경구용 인슐린 캡슐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먹는 인슐린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꽤 오래되었으나 현시점에서 인슐린을 체내에 투약하는 방법은 피하주사밖에 없다.

하루빨리 먹는 인슐린이 상용화되어 당뇨 환자들이 주사로부터 해방되면 좋겠지만, 내복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매일 주사의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

오늘날 당뇨병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슐린은 1921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인슐린 전용 주사기는 1924년 다국적 기업 벡톤디킨슨(이하 비디·BD)에서 개발하여 상품화했다. 인슐린 약물이 점차 발전되어 온 것처럼 인슐린 주사 도구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변모를 거듭해왔다.

인슐린 주사 도구에서 핵심이 되는 주삿바늘은 주사 통증을 최소화하고 피하지방에 인슐린이 잘 전달되도록 최적화되고 있다. 주삿바늘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주사침 끝을 더 가늘게 만드는 여러 공법은 오랜 기간 발전되어 왔다.

그 가운데 '5면각 기술'과 '더 얇은 벽' 기술은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공법이다. 피부를 뚫고 들어갈 때 생기는 관통력을 낮추면 그만큼 통증을 줄일 수 있는데 주사침 끝부분을 5번 절삭하는 기술은 기존에 3번 절삭했던 주사침에 비해 평균 23%나 관통력을 낮췄다(Hirsch L, 2012). 또한, 주삿바늘 굵기(외경)는 그대로 두고 약물이 흐르는 통로(내경)를 넓히는 '더 얇은 벽 기술(Extra Thin Wall)'은 기존 제품보다 약물 흐름을 빠르게 하고 펜형 인슐린 주사 버튼 누르는 힘을 감소시켰다(Aronson R, 2013).

주사침 끝부분을 5번 절삭하는 '5면각 기술'.

인슐린 주삿바늘은 4mm, 5mm, 6mm, 8mm 등 그 길이가 다양하다. 어떤 기준에 따라 길이를 달리 선택해야 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2010년 발표된 '성인의 인슐린 주사부위 피부와 피하지방 두께 연구(Gibney M, 2010)'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진행한 여러 피부 두께 연구결과, 피부 두께는 성별, 나이, 인종, 비만도에 상관없이 평균 2~2.5mm 내외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들을 주도한 BD는 4mm 길이의 짧은 인슐린 주삿바늘을 2010년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했다. 과거에는 비만인 경우 긴 주삿바늘을, 마른 사람의 경우 짧은 주삿바늘을 사용하면 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긴 주삿바늘의 경우 근육에 주사될 수 있어 저혈당 유발 위험성이 높았다.

주삿바늘 길이에 따라 혈당조절 차이가 없고, 짧은 바늘에 대한 사용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들은 이후 계속해서 소개되었다. 체형,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4mm 주삿바늘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2019년 현재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펜형 인슐린 주사를 위해 4mm 주삿바늘이 사용되고 있다.

4mm 주삿바늘을 사용하면, 피부 표면으로부터 4mm 깊이 지점에 주사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연구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주사를 놓는 사람에 따라, 주사하는 부위에 따라 매번 피부 표면에 가해지는 힘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힘의 크기로 인해 주사되는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Christopher J, 2017).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배에 주사할 때와 허벅지에 주사할 때 피부 표면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가 다르다. 더 큰 힘으로 주사한다면 바늘이 더 깊이 들어가, 의도치 않게 근육에 주사될 위험성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주삿바늘을 고정하는 부분(펜니들 베이스)에 공학 기술을 적용해 주사 시 피부 표면에 적용되는 힘의 크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4mm 깊이 주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인슐린 주삿바늘이 출시돼,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