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기존 방위비 분담금과는 별개로 한반도 안보를 위해 제공하는 일부 자원(資源)의 금전적 대가를 건별로 한국에 청구해 받는 ‘실비 정산(expense reimbursement)’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그간 SMA에 근거해 받아온 인건비·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 등 세 가지 항목 외에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 활동·유지비 등을 ‘플러스 알파(α)’로 한국에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정세에 따라 작전 횟수 등이 달라질 수 있어 ‘α’의 규모는 유동적이다. 미국은 SMA로 정해지는 방위비 분담금에 군사 활동비 α를 붙여 총 50억달러(5조8000억원) 수준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협상팀은 “SMA 틀을 벗어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 측은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두 차례 SMA 협상에서 ‘치른 대가를 돌려받는다’는 뜻인 ‘리임버스(reimburse·보상)’ 개념을 한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동맹으로서 많이 기여하고 있으니, 그중 일부를 한국이 금전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드하트 미 측 방위비 협상 대표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같은 첨단 무기 운용 등 미군의 구체적 기여 항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5일 방한해 “(6·25)전쟁 후 미국은 공여국이었고, 한국은 재건 과정에서 명백히 미국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제 한국은 지역 발전의 강력한 기여국이며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미 측은 이 과정에서 기존 분담금 이외의 방위비 분담을 '개산 계약(槪算契約·cost reimbursement contract)' 또는 '실비 정산' 형태의 사후(事後) 정산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미리 비용을 정할 수 없을 때 나중에 실제 지출된 비용을 확인해 정산한다. 우방국 간 방산(防産) 계약 때 종종 적용한다고 한다. 예컨대 미군이 주한 미군 일부 부대를 순환 배치하면서 든 비용을 사후에 우리 측에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신속 기동군화' 전략에 따라 유사시 해외로 신속하게 차출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외 주둔 병력의 일부를 순환 배치하고 있다. 이에 주한 미군도 육군과 공군의 일부 부대 병력을 6∼9개월 단위로 본토 병력과 순환 배치하는데, 그 해당 비용을 미국이 부담해 왔다. 미 측은 순환 배치 비용뿐 아니라 한·미 연합 훈련 시 일부 비용, 주한 미군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군무원과 가족 지원 비용도 일부 분담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비용 청구가 SMA와 별도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협상팀은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분담을 정하는 SMA 협상 취지에 어긋난다’며 ‘SMA 틀 내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팀은 또 “미국의 요구는 용병 방식이라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렵고 국회 비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미 측을 설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 초 10차 SMA에서 우리의 분담금을 1조389억원에 타결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 협상팀은 방위비 대폭 증액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한국에 ‘톱다운’ 방식으로 연내 타결하자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최근 드하트 대표가 비공식 방한한 것도 청와대에 이런 뜻을 전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