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정부는 시작부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의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도 했다. '상상도 못한 변화를 만들어냈다'던 민주당 발표도 있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흔히 자화자찬을 하지만 이 정도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정의를 확산시켰다'는 문 대통령은 '기회와 과정은 조국스럽고 결과는 문재인스럽다'는 국민 목소리부터 들어보기 바란다.

이 정부 들어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북한의 가짜 비핵화는 이제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파렴치 위선자를 법무장관에 임명해 수십만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분개하고 개탄하는 사태를 불렀다.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통령은 '정의가 확산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어이없는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와중에 청와대에선 황당한 궤변이 날마다 이어진다. 같은 날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있는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은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곳간엔 쌓아놓은 작물 자체가 없다. 정부 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이미 57조원까지 늘어나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곳간이 비었을 뿐만 아니라 빚을 얻어 쓰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으로 세금 수입은 줄었는데 정부 씀씀이는 작년보다 11%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의무인데 청와대는 "썩어버린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마치 펑펑 쓰는 게 잘하는 일인 양 말한다. 경제 상식을 벗어나는 궤변이다.

재정 건전성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경제의 최대 강점 중 하나였다. 온갖 유혹 속에서도 역대 정부는 씀씀이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원칙을 지켜왔고, 그 덕에 1997년 외환위기나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할 줄 아는 것은 세금 퍼붓는 것밖에 없는 정권이 등장했다. 이 정부 들어 매년 증가율 10% 안팎의 초대형 예산을 편성하고 온갖 곳에 세금 퍼붓는 정책을 펴면서 재정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국가채무를 GDP의 40% 이내로 억제한다는 '40%룰'의 불문율이 깨지고 가짜 일자리 대책에만 70조원을 퍼붓는 등 '묻지 마 세금 살포'가 횡행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현금 뿌리기 경쟁을 벌이고, 정부는 이를 막기는커녕 지자체가 돈을 아껴 쓰면 불이익을 준다고 엄포를 놓는 희한한 일까지 벌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가 침체로 빠져드는데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우긴다.

고용 참사에 대해 "본인의 (체감)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한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가 터져 나오는데 민주당은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논평했고, 청와대 3실장은 "나라다운 나라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어디서도 제대로 된 반성 한마디가 없다. 결국 남은 임기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가 더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