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범 에스비피부과 원장이 액화질소냉동치료를 하고 있다.

피부과 진료를 보다 보면 간혹 초등학교 1~2학년 아이가 보호자 손에 이끌려 진료실에 들어 온다. 울기 직전인 아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진료 후 손과 발에 생긴 것이 '사마귀'라고 설명하는 순간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사마귀 치료를 받아본 친구에게 "차가운 가스를 뿜는 무시무시한 치료기로 여러 번 시술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온 터이기 때문이다. 어른도 치료 시 통증이 두려워 사마귀를 내버려두기도 한다. 이렇듯 사마귀 치료는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마귀, 티눈·쥐젖·점인 줄 알고 방치하기도

사마귀는 유두종 바이러스(HPV)에 의한 감염질환이다. 위치나 모양에 따라 ▲보통사마귀 ▲편평사마귀 ▲손발바닥사마귀 ▲음부사마귀 등으로 나눈다. 흔한 질환이긴 하지만 다른 부위로 번지기 쉽고 타인에게 옮길 수 있기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발바닥에 생긴 사마귀를 단순 티눈으로 알고 방치해 결국 다른 부위로 번져 내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티눈과 발바닥 사마귀는 다르다. 티눈은 손이나 발에 반복적인 압력이 가해져 각질이 증식돼 피부에 박힌 상태다. 누르면 통증이 나타나고, 각질을 제거해보면 중심핵이 보인다. 발바닥 사마귀를 내버려두면 주변으로 번지고 피부 속으로 깊이 자라 통증을 유발한다. 조직검사나 바이러스 검사를 매번 시행할 수 없기에, 전문의조차도 티눈과 사마귀를 완벽하게 감별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티눈과 사마귀를 구분할 때는 환자의 성별, 나이, 생긴 위치, 주로 신는 신발 등을 고려한다. 발바닥에 압력이 불규칙하게 가해지는 운동을 자주 하는지, 굳은살이 있는지도 종합적으로 따진다. 그러므로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진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단에 따라 치료법과 관리법이 다르므로, 경험 있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치료해야 한다.

점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목 전체로 번진 사마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쥐젖과 사마귀를 혼동하기도 한다. 쥐젖은 목이나 겨드랑이에 1~2㎜ 혹은 그 이상 크기로 부드러운 피부가 말려나온 모양의 병변이다. 쥐젖은 미용상의 문제일 뿐 치료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마귀는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나 몸, 얼굴 등으로 펴져 나간다. 쥐젖이 난 줄 알고 병원에 방문했다가 작은 사마귀 병변이 몸통과 턱, 얼굴 등에 번진 것을 확인하고 적잖게 당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외에도 사마귀를 점이나 검버섯으로 오인하거나, 두피에 생긴 사마귀를 비듬이나 피부염으로 잘못 알고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연고를 사용해 상태가 악화하기도 한다.

◇번지고 재발하는 사마귀, 조기 치료가 중요

사마귀 제거를 위해 ▲냉동치료 ▲레이저치료 ▲면역치료 ▲주사치료 ▲연고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시행되지만,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도 잘한다. 사마귀 병변의 개수·크기·위치, 환자의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여러 치료법 중 한두 가지를 선택한다. 레이저 치료나 액화질소냉동치료를 많이 시행한다. 아주 낮은 온도의 액화 질소를 병변에 뿌려 치료 부위를 순식간에 냉동시키는 방법이다. 주로 손과 발의 사마귀 치료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치료 중이나 후에 통증이 심하므로 미리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부분마취를 해 통증을 덜 수 있다. 아픔을 참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약한 냉동치료법과 연고치료를 병행하거나 여러 번 치료를 나눠서 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보통 2주 간격으로 치료하게 되며, 피멍이나 물집이 생기고 딱지가 떨어진다. 그 후 병변이 남아있는지 꼭 병원에서 확인하고 재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마귀 완치 판정을 받았더라도 정기적으로 사마귀가 재발하지 않았는지 꼼꼼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마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치료 과정이 까다롭다. 1~2회 치료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수년에 거쳐 치료하기도 한다. 사마귀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사마귀가 의심된다면 조기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진료와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