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자국 개최를 포기한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내년 초 미국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7일(현지 시각)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칠레 정부가 올해 APEC 정상회의를 내년 초 미국에서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6∼17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칠레 반정부 시위 사태가 가라앉지 않아 지난달 말 칠레 정부가 개최를 취소했다. 칠레에서는 지난 달 초 정부의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 촉발한 시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 사망자는 20명을 넘어섰고, 7000명 이상이 연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백악관을 방문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칠레에서 만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의가 전면 취소되면서 이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앞서 이날 말레이시아 정부도 ‘미국이 내년 1월 APEC 정상회의를 자국에서 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2020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이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국회에서 "최근 방콕에 있을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화해 미국이 내년 1월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말레이시아 입장이 어떤지 물었다"며 "방콕에 있던 미국 관리들에게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1989년 창설된 APEC은 해마다 회원국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된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