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의혹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한 것은 지난 5년간 검찰을 비롯해 감사원, 국회 등 여러 주체가 나서 조사하고도 진상규명 요구가 끊이기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가 규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수사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고 발생 원인부터 구조 과정, 수사 외압 논란까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 전반이 수사로 다뤄질 전망이다.

수사단장을 맡은 임관혁(53·사법연수원 26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은 7일 수사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했다. 법무부의 검사 파견 승인 등 수사단 구성은 이르면 8일 끝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앞서 수사의뢰가 들어왔던 사건 등을 넘겨받아 검토할 계획이다.

전남 목포 신항에 서있는 세월호의 모습.

◇세월호 CCTV 조작, 늑장이송 구조자 사망 의혹 등 수사
수사단이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되는 사건은 세월호 폐쇄회로(CC)TV 영상 조작 의혹이다. 세월호 사건을 조사해 온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군이 CCTV 영상 저장 녹화장치(DVR)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찍은 영상 속 DVR과 검찰이 확보한 세월호 DVR이 다르다"며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돼있던 사건인데, 수사단이 사건을 넘겨받아 다시 살펴보게 된다.

특조위는 해군이 DVR을 미리 수거한 뒤 사후적으로 수거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이 확보한 DVR이 편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복원한 CCTV는 참사 발생 3분여 전까지만 기록돼 침몰 직전의 선내 상황 등이 담긴 ‘3분’을 누군가 고의로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해진 해운 특혜 대출 의혹 사건도 수사단이 넘겨받는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구입·보수 자금에 필요한 146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세월호를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빌렸다. 특조위는 산업은행이 여신 심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출금을 내준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이 생존자를 구조했으나, 이송이 늦어져 사망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된다. 특조위는 지난달 31일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맥박이 있는 익수자를 발견하고도 병원 이송까지 4시간 41분이 걸렸고, 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용하지 못했다"는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해경이 맥박이 뛰는 임모군을 구조하고도 20분 만에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현장 헬기 대신 배로 이송한 경위를 검찰이 수사하게 된다.

사고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특조위에 따르면 임군은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에 발견됐다. 해경 상황보고서에는 당시 11대의 헬기, 17대의 항공기가 수색에 투입됐다고 적혔지만, 참사 현장 영상자료에는 수색 활동 중인 헬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특조위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가운데) 최고위원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박근혜 정부 관료들 처벌될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그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특조위 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거듭 이뤄졌다. 수사단 활동이 6번째 진상규명 활동인 셈이다. 새로 제기된 의혹들 외에 앞선 수사들과 차별점을 갖느냐도 수사 성패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검찰은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꾸려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를 맡았고, 인천지검은 청해진해운 비리 의혹을 맡았다. 부산지검은 해운·항만 비리를 포괄적으로 살폈다. 2014년에만 400여명이 입건돼 수사받았다. 검찰은 무리한 증축과 조타 미숙 등을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판단해 이준석 선장 등 선장과 선원, 선사, 감독기관 관계자 등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적폐수사 과정에서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을 조사하려던 특조위 활동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당시 이병기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 등이 기소됐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윗선’에 직접 물은 적은 없었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오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법무장관을 지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정부 관계자 9명과 김석균 전 해경청장을 포함한 122명을 참사 책임자로 규정하고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정부의 구조 실패, 검찰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까지 수사하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전날 수사단 구성이 발표되자 "지금까지 떳떳하지 못한 일들을 하지 않았다"며 "같은 사안에 대해 반복해서 조사한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

◇수사단장 임관혁, 비리수사 경험 많은 특수통
임 단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을 맡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특수1부장을 연이어 맡았다. 2014년 특수2부장으로 근무할 때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혐의로 신학용 전 의원을 기소했고, 이른바 ‘정윤회 문건’ 등에 대한 수사도 맡았다. 이듬해 특수1부장으로 일하면서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진행했다. 2017년 부산지검 특수부장을 맡았을 때는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을 조사해 배덕광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했다.

수사단에 합류할 부장검사 2명에는 조대호(46·30기) 대검찰청 인권수사자문관과 용성진(44·33기) 청주지검 영동지청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자문관은 임 단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일때 부부장검사로 호흡을 맞췄다. 용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검사와 부부장검사로 일하며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