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갖던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회장이 스타트업 투자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불과 넉달 사이 자산이 7조원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자체 조사해 발표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내용을 기준으로 손 회장의 순자산이 지난 7월 200억 달러(약 23조원)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60억 달러(약 7조원) 가량 줄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손 회장의 자산은 약 138억 달러(약 15조원)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세계최대 기술투자펀드 ‘비전 펀드’를 출범하며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와 차량공유업체 우버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이 두 기업은 손 회장의 기대와 달리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최근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올해 미국기업증시(IPO)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사업모델의 수익성과 기업 지배 구조 등 여러 문제점이 들어나면서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한때 IPO 최고 기대주라며 인정을 받던 위워크는 470억 달러(약 54조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상장서류 제출 뒤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150억 달러(약 17조원)으로 폭락했다.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위워크를 구하기 위해 손 회장은 95억 달러(약 11조원)을 긴급수혈하고 경영권을 인수해 위워크 지분을 80%로 크게 늘렸다.
우버도 상황이 안좋기는 마찬가지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우버는 이번 3분기 실적 손실폭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보도했다.
우버는 이번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 3분기 순손실은 11억 6200만 달러(약 1조 3451억원)나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악재 속에 우버 주가는 9.85%나 급락하며 28.02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상장 이후 공모가(45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블룸버그는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소프트뱅크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 100억엔(약 10조원) 줄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뱅크는 3분기 영업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손 회장이 투자에 연달아 삐걱대면서 지난 달 열린 사우디 포럼에서는 ‘텅빈 청중’ 속에서 연설을 했다는 ‘굴욕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연설마다 우레와 같은 청중을 몰고 다니기로 유명한 손 회장은 지난 달 29~31일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연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사막의 다보스’로도 알려진 FII 포럼에 손 회장이 연설을 하기 위해 등장했을 때, 청중석은 거의 텅 빈 상태와 마찬가지였다고 전해졌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다른 연설은 청중들이 가득찼던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대조적였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날 손 회장이 ‘텅 빈 청중’을 맞이한 것은 그의 비전펀드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년 전 같은 포럼에서 손 회장은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인식한 듯 손 회장도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문제를 유발하던 스타트업 기업 창업자들의 권한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위워크나 우버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 투자와 관련해 새로운 기준을 정했다. 우선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 시, 소프트뱅크 측이 이사회 의석 중 최소 한 자리 이상을 갖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창업주나 경영진이 이사회의 절반을 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또한 개인의 치부를 위해 남용할 위험이 있는 창업자 등의 차등의결권을 금지하는 것도 결정했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서 경영권을 보호하는 조치지만 최근 위워크의 애덤 노이만 전 CEO가 이를 통해 막대한 권한을 휘둘러 경영 실패로 이어진 점을 고려하여 이와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