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2400만갑을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세금 500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측이 첫 재판에서 "억울하다. 직원들이 법을 잘 몰라서 생긴 일종의 해프닝"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BAT코리아 전 대표 A씨, 생산물류총괄 전무 B씨, 물류담당 이사 C씨 등 3명과 BAT코리아 법인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BAT코리아 전 대표였던 외국인 A씨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사건 이후 인사이동으로 외국에서 근무 중이고, 수사가 시작되고도 한 번도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공판이 시작됐고 피고인 신분이 됐기 때문에 대한민국 법과 사법부 존중 차원에서 당연히 출석해야 한다고 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송구스럽고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기일을 연기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회사 직원들이 전산 입력을 기준으로 실제 물류센터 밖으로 담배가 옮겨져야 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인근 창고를 빌리든지 해서 옮겼을 것"이라며 "검찰 주장대로라면 법을 잘 모르고 미숙한 업무 처리로 손해가 발생한 해프닝인데, 형사재판까지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은 어떻게든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피할 수 없을 때 잘못된 방식으로 피하는 것으로, ‘조세 채무 성립’이 전제가 돼야 한다"며 "변호인 측은 조세 채무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이어 검찰 측에는 "BAT코리아가 담배를 회사 안에 보관하지 않고 차량에 싣고 밖으로 내보냈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조세포탈 고의가 있는지 아니면 물류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었는지 등을 다음 기일에서 밝혀달라"고 했다.
BAT코리아는 2014년 12월 31일 담배 2463만갑을 경남 사천 소재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반출한 것처럼 전산에 입력해 탈세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담배 관련 납세의무가 ‘제조장에서 반출한 때’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세금이 오르기 전 담배가 반출된 것처럼 전산에 입력된 것은 담배값 인상 전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기 위한 ‘탈세’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개별소비세 146억원, 담배소비세 248억원, 지방교육세 109억 등 총 503억원을 조세포탈 액수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국내 법정에 나올지 여부가 불투명한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 오는 25일 공판절차를 마무리하고. 선고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