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 도심 시위가 5개월째 지속된 가운데 3일(현지 시각) 도심 쇼핑몰 내부에서 친중-반중 인사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4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섬의 플라자 쇼핑몰 내부에서 중국 보통화(표준 중국어)를 쓰는 한 남성이 "홍콩은 중국 땅"이라고 외친 뒤 주변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고는 흉기를 들고 위협했다.
주변의 일가족 4명에게 칼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던 용의자는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현장에서 또 다른 주변의 군중들에게 폭행당했고, 용의자를 보호하던 다른 남성 역시 부상당했다. 주변인의 증언에 따르면 용의자는 가방에 흉기를 들고 다녔으며 ‘계획된 공격’으로 의심된다.
부상자 중에는 구의원인 앤드루 치우도 포함됐다. 치우 의원은 용의자가 현장을 이탈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왼쪽 귀를 물어뜯겼다. 현재 그는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고 있다.
홍콩 보건당국은 이번 흉기 사건으로 모두 6명이 부상당했고 용의자를 포함해 2명이 중태라고 전했다. 홍콩 경찰당국은 부상자 6명 중 3명을 구속했다.
AP통신은 "이번 공격은 시위대가 지난 토요일(2일) 경찰과 충돌한 뒤에도 정치 개혁을 위한 시위를 이어가다가 이날 온라인상에서 쇼핑몰을 포함한 7곳에 모일 것을 약속한 뒤 (충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의 저지로 대부분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강경 시위대는 이에 반발해 상점과 지하철 역사 기물을 파괴하는 등 격한 모습을 보였다. 신계지역에서는 홍콩 경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일본계 패스트푸드 요시노야 매장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친중국 성향의 기업으로 간주된 곳은 시위대의 주된 표적이었다. 지난 2일 시위대는 중국 당·정부의 선전 창구 역할을 하는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의 홍콩 사무실 건물을 습격했다. 시위대는 유리로 된 1층 출입문과 1~3층 창문에 돌을 던져 대형 유리 10장가량을 깼다. 이들은 건물 외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고 건물 안 1층 로비까지 들어가 붉은 물감을 뿌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중국 공산주의자를 추방하라"는 낙서를 하고 건물 안에 신화 통신 관계자들이 머무르는 가운데 로비에 화염병을 던져 불이 붙기도 했다.
같은 날 도심 곳곳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크게 충돌해 시위대 200여명이 불법 시위 등 혐의로 체포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부상자는 54명으로, 한 남성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대가 반중 정서를 격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최근 중국 당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폐막 다음 날인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춘야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법제공작위원회 주임은 "(당) 중앙이 특별행정구역에 대한 전면적 통치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완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홍콩 행정장관과 고위 관료에 대한 선정 작업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것이란 의미"라고 분석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고 2·3분기 홍콩 경제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자 중국 정부도 본격 개입에 나설 분위기다.
이에 캐리 람 홍콩 행정 장관은 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과 공식 회동을 할 예정이다.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람 장관이 5일 저녁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6일 한정 상무위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상무위원은 홍콩·마카오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 책임자다. 지난 6월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고 나서 한 상무위원과 람 장관의 공식 회동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