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지 25년이 된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연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 한국학술연구회 회장 마이 응옥 추 교수는 "이제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걸 넘어 다양한 학술 연구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한국학술연구회 소속 교수들을 만났다. 2011년 설립된 한국학술연구회는 베트남 유일의 해외 학술연구회로, 베트남 내무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국가기관급 학회다. 한국어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체 회원 수는 120명.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과학대 동방학부장이자 한국학과장인 루 투안 안 교수가 부회장, 하노이 국립외대 한국어문화학부장인 짠 티 흐엉 교수가 총무를 맡고 있다. 1년에 네 번 '한국학 저널'이란 학술지를 발행하고, 올해는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종합 한국어 교재 개정판을 냈다. 루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어 교육기관이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를 가지고 한국어를 가르쳐왔는데 이번엔 베트남 교수들이 참여해 효율적인 한국어 공부법을 알려주려 했다"며 "공중전화·국제전화카드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예시도 현실을 반영해 바꿨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학과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들어가는 인기 학과다. 이번 9월 대학 입학생 모집에서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 한국어학과 커트라인은 28.5점(30점 만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교수들은 "한국 대기업들이 졸업 후 2년 동안 회사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대학교 3~4학년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학생들을 선점(先占)한다"며 "베트남 대학의 한국어학과 취업률은 120%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루 교수는 "한국어 가능 인력 수요가 높은 만큼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식의 프로그램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취업 위주의 교육이 되어가고, 교육 인력이 부족한 현실은 걱정했다. 현재 한국어학과 교수 1명당 평균 500명의 학생을 맡고, 많게는 1년 교육 시간(270시간)의 2~3배에 달하는 초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짠 교수는 "취업이 잘되길 바라는 학부모의 욕망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도 많은데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며 "이제는 베트남과 한국의 공통점이 아닌 차이점을 이해하고, 문화·경제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교류를 늘려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