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찾은 미국 피츠버그는 늦더위로 낮 기온이 33도에 달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10도가량 높았다. 그러나 피츠버그 카네기 도서관 캐릭 분관에 들어서자 에어컨도 틀지 않았는데 내부가 시원했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내게 이런 단열과 밀폐 건축은 놀랍기도, 반갑기도 했다.

김도연(왼쪽) 탐험대원과 미국 피츠버그 솟펄 밸런스 건축사무소의 로라 네틀턴 소장.

이곳은 지난해 7월 증·개축 뒤 북미 최초로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은 도서관이다. 패시브 하우스란 첨단 단열 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이다. 건물 지붕과 벽 등을 두꺼운 단열재로 시공하고 유리창은 3중 겹유리로 만들어 내부와 외부의 열이 오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했다. 한마디로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건물을 완전히 밀폐했다는 의미다. 캐릭 분관 줄리 쿠차(57) 매니저는 "새 도서관은 면적이 2배로 커졌는데 냉난방비는 기존의 5분의 1만 쓰고 있다"고 했다.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 건축물에 비해 냉난방비가 절반 이상 뚝 절감되는 게 보통이다.

미세 먼지 등 해로운 공기가 없는 청정 구역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학생들은 랩으로 꽁꽁 싸듯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는 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filter)라 불리는 필터 덕분이라고 한다. 들숨과 날숨 역할을 하며 탁한 공기는 내보내고 들어오는 공기는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셈인데, 생각보다 원리가 간단한 것도 놀라웠다.

이어 방문한 미국 뉴욕의 코넬공대 기숙사(26층)도 비슷했다. 최초의 고층 패시브 하우스 건물인 이곳은 에어컨과 난방 기구를 쓰는 비슷한 규모의 일반 건축물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량이 10%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1년 내내 기숙사 온도를 20~24도 사이로 조절할 수 있다. 한겨울에는 우리나라만큼 추운 뉴욕인데도 난방비가 월 30달러(약 3만6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로라 네틀턴 솟펄 밸런스 건축사무소 소장은 "예산 10%를 더 들여 패시브하우스를 만들면 에너지를 75%까지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