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킹당했어요. 최근 강남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 제 접속 장소가 수원이라고 떠요."

② "인스타그램 계정이 강제 삭제됐어요. 해킹당한 것 같아요. 경찰에 신고했는데 다시 계정이 살아났대요. 해커가 저를 사칭하는 ID를 만든 것 같아요."

③ "인스타그램 접속이 안 돼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계정 보안을 위해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이메일이 와 새로 바꿨는데 이전 것도, 바꾼 것도 접속이 안 돼요. 그런데 친구가 방금 제 피드에 이상한 사진이 올라왔다며 연락이 왔어요."

다음 중 정말 인스타그램 해킹을 당한 경우는?

③이다. ①은 GPS(위치추적장치) 오류. ②는 인스타그램 검열 AI(인공지능) 시스템이 자체 판단으로 계정을 폐쇄했다가 살린 것. ③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인스타그램 해킹 피해다.

해킹 공포증

최근 인스타그램 해킹 공포증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이 해킹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의심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위 글 외에도 비정상적인 로그인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알림 창이나, 게시물의 댓글이 사라지고, 사진이 보이지 않는 오류 등이 해킹에 대한 공포를 높인다. 지난 30일 오후(한국 시각)부터 31일 오전까지도 전 세계 일부 사용자에게 수 시간 동안 새로운 게시물이 보이지 않거나 게시물을 올릴 수 없는 대규모 오류가 발생했다. 이 역시 '시스템이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처럼 최근 인스타그램 해킹 이슈가 많아지는 이유는 과거와 비교해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하는 사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킹 관련 커뮤니티에는 "전 여자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짝사랑하는 남자의 인스타그램이 궁금해요" 등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고 한다. 구글에서도 '인스타그램 해킹 툴(도구)' 등으로 검색할 경우 관련 프로그램들이 쉽게 검색된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인스타그램이 해킹당해 "이 게시물을 위로 넘기면 맥북 프로, 아이폰 XS, 테슬라 모델 X 등을 공짜로 드립니다"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자주 쓰이는 인스타그램 해킹 방법은 '이메일'이다. 인스타그램 운영진을 가장해 "도용 신고가 접수됐으니 자신이 맞는다면 인증을 완료해주세요" 등의 이메일을 보내 비밀번호를 적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구글 등이 로그인 연동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해킹의 위험성을 높인다. 한 곳만 뚫리면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비즈니스 용도로 쓰는 인플루언서(유명 인사)나 헤비 유저(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들은 해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한 뷰티 관련 인플루언서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공인 인증 표시인 파란색 배지를 달아준다는 해커의 속임수에 넘어가 자신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넘겼다가 피해를 봤다. 다른 헤비 유저는 "팔로어를 1만명 넘게 해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I로 인한 오류

해킹이 아닌데 해킹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인스타그램 자체 검열 AI 프로그램 때문이다.

아이돌그룹 모모랜드의 멤버 낸시는 지난달 24일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인스타그램 해킹으로 계정이 강제 삭제됐고, 해커는 사칭 ID를 만들어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조사 결과 낸시의 계정은 이를 유해하다고 인식한 AI 프로그램이 일차적으로 계정을 막았고, 이후 전 세계에 있는 조사 인력 3000명이 2차 검사에서 오류라고 판단해 계정을 다시 살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I 프로그램은 갑작스러운 팔로어 증가나 유해 단어 등을 인식해 자체적으로 계정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엔 오류로 판정이 났지만 최근 인스타그램이 해킹 공격의 주 대상이 되는 건 사실인 만큼 이용자들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바일 보안 전문업체 '에스이웍스' 홍민표 대표는 "인스타그램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고, 이중 인증(2FA·온라인 보안을 위해 두 가지 인증 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활용해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