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헌(35)씨가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로 놀란다. 첫째는 그의 체격. 경기도 오산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는 이씨는 키 170㎝에 몸무게 98㎏에 달하는 우람한 몸집 덕에 '오산 마동석' '헐크'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둘째는 이씨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세 아들 서준(9)·지후(7)·지성(4). 요즘 보기 드문 삼형제라 '셋 다 그 집 아들 맞느냐'는 질문도 심심찮게 받는다고 한다.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100인의 아빠단'의 건강 분야 멘토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100인의 아빠단은 육아에 관심이 많은 초보 아빠 100명을 매년 뽑아 다양한 육아법을 전수하는 모임이다. 복지부가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고자 2011년부터 꾸린 모임이다.
이씨는 10년 전부터 운동 영상을 올리는 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최근 삼형제와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육아 홈트(홈 트레이닝의 준말)' 영상을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막내를 큰 수건에 감싸 아령처럼 들고 팔 운동을 하거나, 등에 업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식이다. 아빠단 멘토로 선정된 것도 육아 홈트 영상 덕분이었다.
◇아이와 함께 운동하기 노하우
"사실 저도 다른 분들에게 육아 노하우를 배우러 간 건데, 많은 아빠가 건강과 육아를 함께 챙기는 방법을 궁금해하셨어요. 집에서 아이들과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 드리다 보니 자연스레 멘토가 됐습니다."
이씨는 "아이를 등이나 어깨에 태우고 하는 운동은 전문가가 아니면 너무 힘들고 부상 위험도 크다"고 했다. "어린아이라면, 아이를 안고 스쾃(허벅지와 무릎이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나는 하체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도 재미있어 하고, 운동 효과도 크거든요. 아이들은 플랭크(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버티는 운동)를 하고, 아빠는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누가 더 오래 할 수 있는지 겨뤄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며 커지는 행복
이씨는 "처음부터 아이를 세 명이나 낳을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첫째 아들을 낳았을 때 육아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 아내랑 육아 서적을 보며 나름대로 준비도 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더군요. 아이가 자주 아프고 성격도 예민해 꽤나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1년쯤 지나니, 아이가 덜 예민해지고 예쁜 짓도 하게 됐다. "슬슬 부부 사이에서 '둘째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렇게 둘째까지 키워내니 '셋째도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삼형제가 커가며 생긴 행복감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활력소였다. "세 아이 모두 성격이 달라요. 첫째는 활발하고 운동 좋아하고, 둘째는 감성적이고 사랑 표현도 잘해요. 셋째는 꼭 딸처럼 애교가 많죠. 키우는 맛에 고생은 금세 잊히곤 했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다둥이 아빠가 된 것도 그 덕입니다."
◇"육아는 아빠의 권리"
이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대해서인지, 아이들이 엄마에게 말하기 어려운 얘기를 제게 털어놓을 때가 많아요. 아이가 어릴 땐 엄마에게 전부 맡겼다가 좀 크면 그제야 가까워지려는 아빠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이미 아빠는 낯설고 어려운 존재가 될 수 있어요."
아빠 육아는 의무이기에 앞서 권리라는 게 이씨의 신조다. "아내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생각해야 해요. 다둥이 아빠가 되면서 좋아하던 술도 줄이고 친구들도 자주 못 만나게 됐지만,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아이들 말 한마디가 훨씬 좋아요. 이 권리를 더 많은 아빠가 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