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가 개봉 28일 만에 국내 관객 500만명을 넘어섰다. 29일 낮 12시에 '조커' 누적 관객은 500만92명을 기록했다.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아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작품의 이례적 흥행엔 '남자들의 힘'이 컸다.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 아서가 광대 분장을 하고 광고판을 든 모습. 500만 돌파엔 아서의 상황에 감정이입한 남성 관객의 힘이 컸다.

네이버에서 관람객 평점을 쓴 이들 중 72%가 남자였다. 남성 관객이 매긴 평점(9.12)이 여성 관객 평점(8.76)보다 높았다. 관객 비율도 남성이 더 높았다. CGV 영화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9일까지 '조커'를 본 남성 관객은 51.6%, 여성은 48.4%였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0.7%, 30대가 33.3%, 40대가 14.8%. 20대부터 40대까지 남성 관객이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에게 뜨겁게 몰입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 자기 고백에 가까운 관람 후기를 올린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내 모습 같아서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남자라서 쉽게 울지도 못하는데 '조커'를 혼자 보면서 모처럼 편하게 울었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김경록(38)씨는 "조커를 보면서 짠하고 안타까웠다. 동시에 내가 조커처럼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패러디도 속출한다. 시험을 치른 대학생들 사이에선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같은 명대사를 "내 점수가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로, "나의 죽음이 내 삶보다 가치 있기를"은 "나의 중간고사가 수강 철회보다 가치 있기를" 등으로 바꾸는 놀이가 유행했다. 조커가 자신을 코미디 쇼에 초대한 머레이(로버트 드니로)를 보며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나의 유머를 웃음거리로 만드셨잖아요"라고 하는 장면도 유독 자주 패러디 된다. 주식투자 정보 카페에선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나의 계좌를 웃음거리로 만드셨잖아요"로, 회사원들 사이에선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제가 만든 PPT와 보고서를 웃음거리로 만드셨잖아요"로 변주됐다.

해외에서도 '조커'는 연일 새 기록을 쓰는 중이다. 북미에서만 2억7793만달러(약 3240억원)를 벌어들여 북미 박스오피스 R등급(17세 이하는 성인을 동반해야 관람 가능) 사상 최고 흥행작이 됐고, 전 세계에선 9억5203만달러(약 9954억원)를 벌어 제작비(5500만달러) 대비 2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