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추세라면 10만 단어는 거뜬히 모일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가 내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함께 시작한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본부이자 '말모이 사무국'인 상명대 국어문화원 연구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전화와 팩스로 분주했다.

충남 천안시 상명대 국어문화원 연구실에서 만난 '말모이 사무국' 담당자들이 전국에서 쏟아진 이메일과 우편으로 받은 방언 책자와 자료를 들고 웃었다. 왼쪽부터 서은아·김형주 사무국장과 연구원들.

28일 오후 8시까지 모인 낱말은 6300개. 말모이 사이트(malmoi100.chosun.com)에는 하루 200~300개씩, 많을 땐 500개 이상 단어가 올라온다. 이메일과 손 편지, 전화와 팩스로 단어를 보내는 독자도 많다. 김형주(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 사무국장은 "어르신 전화는 대부분 '나 죽으면 이 말들이 사라질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는 내용"이라며 "긴 사연을 말씀하실 땐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김은실씨는 "86세 노모(老母)가 쓰는 말을 중심으로 전북 익산·군산 등지의 방언을 수집하고 있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어머니 말은 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보낸다"고 했다. 충남 공주 사곡면이 고향인 김국명씨는 20년 넘게 모아온 고향 말 300~400개를 손 편지와 함께 보내왔다. 김씨는 "할아버지·할머니, 부모님 세대를 거쳐 이 지방 사투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며 "사투리가 사라져가는 게 아쉬워 틈틈이 들은 말을 기록해 왔다"고 했다. 경남 남해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김종도(82)씨는 퇴직 후 수집한 남해 방언을 책자로 보내주겠다고 전화했다. 백남배(79)씨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지만 부산에서 50년 넘게 살다 보니 서로 말이 달라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20년 전부터 두 지역 방언을 조사하기 시작해 약 1만개를 수집했다"고 했다.

말모이 운동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않은 순우리말, 정겨운 방언, 젊은 층의 신조어를 온 국민이 함께 모으는 작업이다. 북한 말까지 한반도 전체를 아우른다. 공동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서은아 상명대 교수는 "우리말에 목말라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1년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말모이 운동이 2차, 3차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