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 시골 마을 주택 부엌에 걸어둔 그림이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치마부에(Cimabue)가 그린 13세기 회화 작품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이 작품은 300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은 2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피렌체파 화가 치마부에가 1280년에 목판에 그린 회화 작품 '조롱당하는 그리스도<사진>'가 파리 외곽 상리스의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초기 추정가의 5배가 넘는 금액인 2400만유로(약 313억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프랑스 미술경매 시장에 나온 중세시대 회화 작품 낙찰가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가로 20㎝, 세로 26㎝짜리 목판에 그려진 이 작품은 1280년 예수의 수난과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과정의 여덟 장면으로, 예수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조롱당하는 모습을 담았다.적외선 분석 결과, 이 작품은 치마부에가 그린 진품으로 확인됐다.
이 그림은 파리 근교 소도시 콩피에뉴에 거주하던 한 노년 여성이 집에 보관해오다가 우연히 감정을 의뢰해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여성은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성화인 줄로만 알고 부엌과 거실에 걸어뒀다.
경매사 악테옹은 "부엌 화로 바로 위에 걸려있었던 탓에 때가 많이 끼기는 했지만,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고 프랑스 현지 언론에 밝혔다. 이어 그는 "스타일, 금으로 된 배경, 목판 뒷부분의 연결 부위 등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이 그림이 치마부에가 그린 목판 성상화의 일부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그림이 발견되기 전까지 치마부에가 1280년 예수의 수난을 그린 목판 성상화는 미국 뉴욕의 프릭컬렉션이 소장한 ‘채찍질 당하는 예수’,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두 천사와 함께 한 동정녀와 아기’만이 전해 내려왔다. 이 중 런던에 있는 작품은 2000년 내셔널 갤러리에 기증될 때 추정 가격이 650만파운드(98억원)였다. 이도 영국 한 귀족 출신 인사가 서포크 조상의 집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치마부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무대로 활동한 르네상스 시대 화가로, 비잔틴 예술의 전통을 이어받았으며 피렌체파 화가들의 스승으로 알려졌다. 미술사가들은 치마부에가 목판에 그린 성상화는 10개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남기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