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레핀 & 자하로바

러시아가 낳은 세기의 예술가 커플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48)·발레니라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0) 부부가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두 예술가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올해 처음 선보이는 '월드뮤직 & 컨템포러리' 시리즈로 26, 27일 내한공연 '투 애즈 원(two as one)'을 펼친다.

레핀은 1989년 만 열일곱의 나이로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화려한 테크닉과 정밀한 연주를 앞세워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자하로바는 2005년 발레계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가상을 받았다.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지위 '프리마 발레리나 아졸루타'라는 칭호를 받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고 발레리나다. 레핀과 자하로바의 결합은 세기의 스캔들로 통한다. 2010년 자하로바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볼쇼이 발레단 투어 중 돌연 종적을 감췄고 임신, 출산설이 돌았다.

곧 루머가 사실로 확인됐고 아이의 부친이 레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1년 세계 클래식계와 발레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후 두 사람은 축복 속에서 결혼,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 결혼으로 레핀에게 '발레리나를 사랑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수식이 부여됐다. 무대 위에서 야수처럼 거칠고 저돌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그가 나비 같은 자하로바의 몸짓 앞에서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던 레핀은 사랑의 힘을 발판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자하로바도 레핀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얻는다. 자하로바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아'를 맡기 전 e-메일 인터뷰에서 남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녀는 "음악의 세계는 발레의 세계와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 바딤을 만났을 때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프로 무대경험이 많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게 어떤 것인지,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항상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준다"고 했다.

항상 각자 바쁜 스케줄로 세계를 누비는 이들 부부는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를 많이 그리워"하는 이유다. '투 애즈 원' 같은 공동 프로젝트를 두 사람이 진정 원하는 이유다. "함께 공연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하로바는 이번 공연에서 유머가 넘치는 바치니 '요정의 춤', 고전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글라주노프 '라이몬다'를 선보인다. 불혹임에도 여전히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자하로바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작품이다. 레핀이 만들어내는 음표에 몸을 싣는다.

레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한 우리 두 사람의 무대는 나와 스베틀라나에게 어느 때보다 특별한 감정과 애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무용수 데니스 사빈, 미하일 로부킨 등과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도 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