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설리(본명 최진리·25)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그가 사회를 맡았던 JTBC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인이 자신에 관한 악플을 직접 읽고, 이에 대해 사회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진행 방식이 가학적이라는 것이다. 설리는 지난 6월부터 개그맨 신동엽, 김숙, 가수 김종민과 해당 프로그램의 고정 사회자로 출연해왔다.

15일 JTBC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설리가 녹화에 참여한 17회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해당 프로그램은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고충을 토로하는 프로그램이다. JTBC 측은 '올바른 댓글 매너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기획 의도를 제시했지만, 평소 악플로 고통받아 온 연예인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당 프로그램이 악플로 상처입은 연예인을 초청해 자기 입으로 악플 피해 경험을 말하게 하는 건 또 다른 상처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힘듦과 억울함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지만,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른 연예인들의 악플도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이 문제가 아니라 악플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연예인들이 비난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조차 조롱거리로 만드는 악플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악플 문화에 대한 성찰 없이 프로그램 폐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예인들이 어떤 말을 하든 비난을 위한 비난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14일에도 설리는 해당 프로그램 녹화 일정이 잡혀 있었다. 설리가 참여한 17회는 오는 18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JTBC는 사전 공개했던 예고편도 삭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