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노출' '설리 노브라' '설리 라이브 노출'.

악플(악성 댓글)은 끈질겼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14일에도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설리'까지만 적으면 이런 키워드가 '연관 검색어'로 표시됐다. 보다 못한 설리의 팬들은 15일 "설리 사랑해" 등을 검색창에 단체로 입력해 악성 연관 검색어 지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악플러(악성 댓글 작성자)들은 설리의 전 연인이나 설리를 추모하는 다른 연예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너도 죽고 싶냐" 등 악플을 달고 있다.

경찰은 설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유서 대신 다이어리 마지막 장에 평소 심경을 담은 장문의 자필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악플'에 관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설리는 방송 등에서 악플로 인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등을 앓았다고 밝혀왔다.

설리는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 아역배우로 데뷔했고,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밝고 환한 미소에 "복숭아"란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14년 연상의 래퍼 최자와 열애 공개 후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최자와 찍은 사진을 올릴 때마다 "(성행위를) 했네 했어" 등의 성희롱 댓글이 달렸다. 그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일거수일투족은 곧 욕설로 직결됐다. 그해 설리는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이듬해 팀을 탈퇴해 배우로 전향했다.

2017년 최자와 결별했지만 악플과 헤어지지는 못했다. 결별 소식 직후 최자의 지인과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바람난 X" 등 욕설 댓글에 시달렸다. 생크림을 입에 짜넣거나, 고양이가 설리 가슴을 꾹꾹 누르는 영상, 대형 바나나를 가지고 노는 사진에는 "외설적" 등 댓글이 달렸다. "나 나쁜 사람 아니다"는 설리의 소셜미디어 해명에도 비난은 계속됐다.

악플러들은 "설리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몽롱한 표정을 짓거나, 노브라 등 노출이 심한 사진만 골라 올린다는 것이다. "마약 하면 동공이 커지는데 설리도 그렇다" 등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도 퍼뜨렸다. 설리는 여러 차례 방송에서 "나는 관종은 맞지만, 악플이 힘들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10월 웹예능 '진리상점'에 출연해 "악플 보고 붕어눈처럼 될 때까지 펑펑 울었다" "사람마다 붙잡고 '내가 이상해 보여?'라고 물었다"고 했다. "나는 누구에게 사랑받고 상처받았나"란 자필 메모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의 악플 문화가 위험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영국 유력 언론 가디언은 이날 "설리의 죽음은 한국의 악성 팬 문화와 댓글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악플은 순식간에 수만명의 비난이 집결된다"며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익명 악플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피해의식과 상습적인 불안감,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악플 처벌 강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최진실, 가수 유니, 종현 등 "과거 악플에 시달린 여러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된다"고 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악플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으로 처벌 가능하지만 대부분 그 수준이 벌금형 정도로 낮고, 특히 연예인은 악플러들의 보복이 두려워 고소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고 했다.

설리 역시 최근 JTBC '악플의 밤'에서 "악플러를 고소했지만, 확인해보니 동갑내기 명문대 재학생이었고,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해 선처해줬다"고 했다. SM 관계자는 "설리도 소속사도 악플에 적극 대처하려 했지만 익명이라 범인 특정이 어렵고, 지워도 지워도 끊이지 않는 숫자에 대처가 어려웠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고, 고인 사후에도 자기감정만 배설하는 비인간적인 악플 문화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