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찰청 소속 A총경(앞줄 왼쪽)이 서울 서초역 ‘조국 수호’ 집회에 참석한 자신과 아내의 모습을 현장에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담당하는 경찰 고위 간부가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참석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1시간 만에 삭제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소속 A총경은 12일 페이스북에 서초동 조국 집회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A총경은 아스팔트 위 촛불을 든 군중 속에 한 여성과 함께 앉아 있었다. A 총경은 스카프를 둘러 얼굴 아래 부분을 가린 모습이었고, 옆자리 여성은 촛불과 함께 '조국 수호'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14일 본지의 해명 요청을 받은 A총경은 "서초동 부근에 약속이 있어 아내와 함께 지나가다 집회에 모인 군중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던 것이지 집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다"라며 "(얼굴을 가린 것은) 그날 날씨가 추워서 아내가 스카프를 줘서 착용한 것"이라고 했다. A총경은 또한 “구호를 외치는 등으로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해명은 스스로가 올린 사진·글과 배치(背馳)된다. A총경 페이스북에는 이날 집회 시작 전 대낮부터 현장에 나와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또 그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는 "아내가 '다음 주 토요일에 서초동에 가야겠다'고 말했다"며 "몇 해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머잖아 대통령이 감옥에 갔다"고 적혀 있다. 이 게시물들은 이날 모두 삭제됐다.

'조국 수호' 집회의 정식 명칭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다. A총경은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을 담당하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들에 대해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청도 지난 5일 현직 경찰관 12만명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정치적 중립성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집회에 참석하거나 이를 유도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 등에 유의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사례가 없도록 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A총경은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이던 2013년에는 서울경찰청이 암행 감찰을 통해 형사 1개 팀을 해체하자 이를 조롱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기도 했다. '언제 시간 내서 감찰들 근무하시는 사무실 견학 가야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어야 문책 안 당하는지 배우러…'라고 적었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A 총경이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조직 구성원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공개적으로 조직 기강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