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관을 형상화한 마스코트 '포순이'가 문재인 정부의 성(性)평등 강화 기조에 따라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을 전망이다. 경찰청은 11일 "훈령이나 규칙에 담긴 불필요한 성별 구분을 없애고,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용어 61개를 대폭 수정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경찰 마스코트 관리 규칙 명칭 변경이다. 기존 '경찰관 상징 포돌이 관리 규칙'을 '경찰관 상징 포돌이·포순이 관리 규칙'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경찰은 마스코트 포돌이·포순이 디자인도 수정하기로 했다. 포순이가 치마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것과 포돌이 눈썹이 포순이보다 더 굵은 것 등이 '성차별적 요소'라는 것이다.

마스코트 '포돌이' '포순이'의 현재 디자인.

경찰은 내부적으로 사용해온 '편부모' '부녀자 희롱' 등 용어를 '한부모' '성희롱' 등으로 교체했다. 아동안전지킴이 운영 규칙에 들어 있던 '바바리 맨'이라는 용어도 삭제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발표하며 "성인지(性認知) 관점에서 행정규칙을 일괄 손질한 정부 부처는 경찰청이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경찰은 각종 여성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올해 들어 경찰 내부 양성평등정책과(課)를 정규 조직에 편입시켰고, 고위공무원(3급)에 해당하는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관 자리도 새로 만들었다. 8월 말엔 민갑룡 경찰청장이 8개 여성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내부적으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경찰관은 "양성평등 관련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최근 강원경찰청 등 일선 경찰 간부들의 여성 비하와 성희롱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며 "경찰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데, 포순이에게 바지를 입히는 따위의 전시 행정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