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다음 달 복직 예정인 한 중소기업 직원 정모(32)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회사도 많이 달라졌을 테고, 아기를 떼어놓고 출근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복직하고 6개월은 다녀야 한다"고 말을 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는 육아휴직 중 받을 수 있는 급여의 25%를 '사후지급금'이라는 이름으로 복직 후 6개월이 지난 뒤 지급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사표를 내는 '얌체 퇴사자'를 줄인다며 2011년 도입됐는데, 결과적으로 육아휴직 중 받는 돈이 줄어들게 됐다.
또 복직 후 육아 스트레스나 회사의 은근한 퇴사 압력 등으로 6개월 내에 퇴사하는 경우에는 이 돈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 또 본인이 퇴사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에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저출산고령위 관계자는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폐지뿐 아니라 사후지급금 비율을 낮추거나 지급 시기를 단축하는 방안 등도 대안이지만, 폐지가 맞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중 급여 25% 늘려주는 셈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자들의 휴직 중 소득만 줄인다는 불만이 많았다. 육아휴직 기간 고용보험기금에서 휴직 전 임금 수준에 따라 첫 3개월은 최대 월 150만원, 4개월차 이후(최대 12개월)는 최대 월 120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25%는 사후지급금이라 결국 첫 3개월은 최대 112만5000원, 그 이후는 9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 여성을 줄이기 위해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회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회사가 문을 닫거나 권고사직을 당해 사후지급금까지 못 받는 경우는 얌체 퇴사자 방지라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2014~2018년 5년간 11만5793명이 1614억원의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이 중 3만6123명(31.2 %)은 복직 후 6개월 이내에 회사가 폐업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이 못 받은 사후지급금만 469억3000만원이다.
◇"사후지급금 폐지로 도덕적 해이 우려"
사후지급금을 폐지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를 다 받고 복직 후 곧바로 퇴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은행 지점에 다니던 김모(33)씨는 1년간 육아휴직을 마치고 지난 5월 복귀 직후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며 사표를 냈다. 이 지점 관계자는 "김씨 복직을 염두에 두고 인력 운용 계획을 짰는데 난감했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후지급금 제도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육아휴직 기간에 조금이라도 급여를 더 지급하는 것이 출산 초기 각종 비용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