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성징이 일어나는 중학교 시기의 아이들은 자아에 대해 고민하면서 사춘기를 겪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급과 달리 중학교 교육은 청소년의 이러한 발달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청소년이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고안해야 합니다." 매튜 리슈먼(Matthew Leishman)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t.Johnsbury Academy Jeju·SJA 제주) 중학교 교장은 중학교 교육의 주안점을 청소년의 발달과정에서 찾았다.
SJA 제주는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설립된 국제학교다. 1842년 미국 버몬트주(州)에 개교한 본교의 교육이념을 따른다. 인성(Character), 탐구심(Inquiry), 공동체 의식(Community)을 바탕으로 학생이 직접 연구하고 분석하는 탐구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과정은 만 3세 유치부부터 고등학교 12학년까지 갖췄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리슈먼 교장을 만나 중학생의 발달 특성에 맞춘 교육과정을 들어봤다.
◇상담교사·친구와 함께하며 정서 안정 얻어
"중학생 시기의 청소년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커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구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는 어딘지 정체성을 궁금해하죠. SJA 제주 중학교 학생들은 이런 혼란과 궁금증을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있습니다."
SJA 제주 중학교는 조례에 이런 고민을 담았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공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40분간의 자문 프로그램(Advisory Program)을 진행한다. 이 시간 동안 학생들은 친구 만들기, 따돌림 문제, 공부법, 시간 관리법, 팀워크 쌓기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종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일상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털어놓고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리슈먼 교장은 "프로그램은 학생 개개인을 살필 수 있도록 10명 정도의 작은 규모로 진행한다"며 "이를 진행하는 자문교사는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일상적 고민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자문교사는 학생들이 교우관계에서 겪는 갈등 상황 해결을 돕고 공부 습관을 교정하는 등 학교생활 전반에 도움을 준다. 일부 학생은 부모와 떨어져 기숙생활을 하는데, 이때 자문교사는 부모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학생의 정서 안정을 위해 청소년 전문상담사도 학교에 상주한다. 학생 요청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다른 교사와 꾸준히 소통하며 특별 관리가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따로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 간 괴롭힘 등 그때그때 학교 전체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있을 때면, 자문 프로그램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하기도 한다. 리슈먼 교장은 "학생의 고민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각종 회의에도 참여하다 보니 전문상담사가 우리 학교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됐다"고 했다.
사춘기 시절, 기숙사 생활은 자립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SJA 제주 중학교 학생은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하거나, 학교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 부모 품을 떠나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은 일찍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법을 배운다. 다만 리슈먼 교장은 학생 동의 없이 기숙사에 보내는 것은 경계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란 친구들을 만나며, 다른 이를 존중하고 함께 사는 방법을 익힐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이점이 있다고 자녀를 무턱대고 기숙사에 보내는 건 금물입니다. 아이와 대화를 충분히 나누며 부모와 떨어져 지낼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겠죠."
◇다양한 스포츠 활동으로 튼튼해지는 몸
'폭풍 성장(체격이 급격히 크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하는 중학생 시기에는 신체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리슈먼 교장은 "청소년의 신체 발달을 돕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 체육 시간 외에 방과후 스포츠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고 설명했다.
방과 후 활동은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 진행한다. 종목은 다양하다. 배드민턴·축구·배구·테니스·탁구·크로스컨트리·수영 등이다. 제주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해안가에서 스쿠버다이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활동을 뒷받침할 스포츠 시설도 충분히 갖췄다. 체육관인 '필드 하우스'에는 웨이트트레이닝·요가·춤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각종 스튜디오를 비롯해 농구코트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이 있다.
여러 학교가 모여 형성한 스포츠 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제주 국제교육도시 안에 위치한 네 개의 국제학교는 일상적으로 종목별 스포츠 대회를 연다. 국내 국제학교의 스포츠 대회인 KISAC(한국 국제학교 체육 컨퍼런스)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국제학교 학생과도 스포츠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학교 간 스포츠 경기가 잦아 이를 전담하는 스포츠 코디네이터를 둘 정도다. 그는 "학생은 자기 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공정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배려심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리슈먼 교장은 중학교는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부분 학부모의 관심은 학생의 학업역량으로 쏠립니다. 하지만 마음과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학습 프로그램도 소용이 없어요. 청소년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학교가 정서와 신체 발달을 고려하는 학습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SJA 제주 중학교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