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는 노인 인구가 전체 절반을 넘어서면서 '조기 진단'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노년층 정신건강 관련 질환이 2010년 이후 가파르게 늘었다. 2010년과 비교해 지난해 정신건강 질환 연령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울증 질환은 10~19세 68.5%, 20~29세 106.3%, 70~79세 59.4%, 80세 이상 176.5%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전체 우울증 환자(68만4690명) 중 60세 이상은 40.2%(27만5684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령별 재발성 우울장애 증가율도 10~19세 52%, 20~29세 75.1%, 70~79세 23.6%, 80세 이상 127%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65세 이상 노인에서 우울증이 많은 이유는 자연적 인지기능 감소, 통증 등 질병으로 인한 신체증상 때문이다. 일부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 등도 이유가 된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단계에 있는지 선별·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노인 우울증에 대한 초기 대응이 어렵다.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조기에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의료진이 가벼운 노인 우울증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척도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철민, 한창수 교수 연구팀이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노인 우울증 검사 도구를 통해 노인 우울증을 중증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하고, 각단계를 구분하는 점수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상, 가벼운 노인우울증, 중증 노인우울증을 쉽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65세 이상 노인 총 774명이 피험자로 참여한 연구에서 연구팀은 노인우울증 척도(GDS-15, geriatric depression scale-15)를 이용하여 신체 증상, 불안 및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증상을 근거로 우울증 기준을 ‘정상-가벼운 우울장애-주요 우울장애’ 3단계로 나눴다.
가벼운 우울장애는 환자가 주요 우울 장애 또는 기분 부전증 및 경조증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흥미 상실과 함께 2주일을 초과해 2~5개 우울증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 진단된다. 주요 우울장애는 가벼운 우울장애와 동일한 상황에서 5개 이상 우울증을 나타내는 경우 진단된다. 이러한 우울증 심각도에 따른 분류가 의미있는 것은 중증도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진단과 중증도 분류가 더욱 효율적이고 나은 치료 결과를 보장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 척도 결과, 정상은 2.7점(±2.63 편차), 가벼운 우울장애는 7.86점(±3.14 편차), 주요 우울장애는 10.60점(±2.92 편차)으로 나타났다. 가벼운 우울장애는 5점, 주요 우울장애는 10점에서 각각 그 기준점을 정했다. 연구 대상 774명중 83.9%(650명), 12.1%(94명), 3.8%(30명)가 각각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노인 우울증 척도를 통해 기존 노인 우울증 판별에 대해 ‘예 혹은 아니오’의 이분법적 진단 방식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장애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적 분리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노인 우울증 위험군을 조기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게 됐다.
신철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노인 우울증이 급격히 증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면서 "노인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단계화해 분석하는 검사 방법은 발전이 더뎠던 게 사실"이라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신 교수는 "노인 우울증 초기 단계인 가벼운 우울장애의 경우,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노인 연령대가 흔히 느끼는 피로감, 소외감, 우울감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 일반적인 스트레스인지, 가벼운 우울장애인지를 판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며 "노인 우울증 진단 단계 분류는 노인 우울증 조기 진단과 치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평소 인지능력 저하, 신체증상, 수면장애 등 몸의 변화가 느껴지고 무기력감, 의욕저하, 스트레스와 피로 등으로 우울감이 지속 될 경우 지체 말고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취미생활과 여가활동, 적절한 운동 등을 통해 타인과의 교류와 의사소통을 활성화 해 긍정적 사고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노인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