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대여소 앞에서 기자가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트럭에 싣고 있다.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까지도 달리고 싶어지는 날씨다. 가을의 절정인 10월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자전거 '따릉이'의 성수기. 2015년 도입된 따릉이가 서울을 누빈 지 어느덧 5년 차다. 회원은 16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대여는 3000만 건에 육박한다.

비싼 자전거 못지않게 씽씽 속도를 내던 따릉이가 요즘 이상하다. 페달을 돌려도 뻑뻑해서 달리기 어렵다. 잔고장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자전거도 자주 눈에 띈다. '서울시민의 삶을 바꾼 서울시 정책' 1위로 2년 연속 뽑힐 만큼 인기를 누린 따릉이가 사랑을 받은 속도만큼 빠르게 늙어버린 것일까. 따릉이 배송부터 정비까지 '아무튼, 주말'이 직접 체험했다.

'미아 따릉이'를 찾아서

지난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공공자전거관리소. 강북공공자전거관리소는 서울에 있는 따릉이 대여소 1540곳 중 절반인 한강 북쪽 대여소 776곳을 관리한다. 관리소에는 고장 난 따릉이가 수백 대 쌓여 있었다. 자전거 단말기 위 메모지에 적힌 문제는 가지각색. 액정에 흠집이 가득해 화면이 보이지 않는 자전거, 체인과 기어가 고장 난 자전거, 타이어가 찢어진 자전거…. 따릉이 운반 트럭이 관리소로 새로운 '따릉이 환자'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오전 10시쯤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앞 대여소로 먼저 향했다. 관리자 앱으로 마포구 대여소 현황을 확인하니, 반납 자전거가 거치대 수보다 8대 많았기 때문이다. 배송반 이정화(59) 주임은 "전철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DMC역에서 따릉이를 타고 회사까지 간다. 주변에 사무실이 많은 이 대여소가 상암에서 가장 붐빈다"고 했다.

"잘나가는 대여소는 이용자들이 줄 서서 따릉이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 주임은 자전거가 넘치는 대여소에서 부족한 곳으로 옮기는 일이 최우선 업무라고 말했다. 따릉이 대여는 8월 기준 하루 4만9763건. 2016년(4403건)과 견주면 3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대여소 거치대는 꽉 차 있었다. 넘치는 따릉이가 대여소 주변까지 길게 늘어섰다. 연결 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도보다 초과도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주변이 혼잡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리저리 겹쳐 있는 모습을 보니 '따릉이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는 정리 욕구가 솟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고장 난 자전거를 찾는 일이다. "정비팀이 따로 있지만, 간단한 고장은 제가 수리합니다." 비를 맞아 녹슨 안장 조절 레버를 새 부품으로 교환했다. 산만한 자전거들을 보기 좋게 정렬하고, 보조잠금장치와 연결된 줄들도 깔끔하게 말아 정리한 뒤 따릉이를 트럭에 싣고 떠났다.

다음은 고장 난 따릉이를 회수할 차례. 신고 지점인 아파트 앞 대여소에 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 주임은 "이런 경우는 100% 도난"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따릉이 훔치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번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절도·분실 등으로 미아가 된 따릉이를 찾으러 다니는 일도 따릉이 배송반의 업무다.

상암 주변 대여소를 한 시간 넘게 돌았지만 네댓 군데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직원 한 명이 담당하는 대여소는 40~50곳. 트럭을 타고 다니며 따릉이 분배부터 간단한 정비, 대여소 정리, 분실·도난 자전거 회수까지 맡는다. "빨리 일해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요. 따릉이가 대여소에 없다고 화내는 시민을 보면 미안하지만 답답하죠."

지난 1일 기자가 '따릉이' 배송과 정비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따릉이도 '종합검진'을 받는다

"저희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 난지 알거든요." 따릉이 정비팀 맹관영(31) 주임이 말했다. 허풍이 아니었다. "타이어 펑크가 났을 때 나는 특유의 소리가 있어요. 핸들을 꺾다 보면 안쪽 베어링이 파손된 소리가 들리고, 체인 가드가 체인에 닿아서 나는 소리도 있고요."

"자전거를 고칠 때는 ABC 점검이 가장 중요해요." 타이어 공기압(Air)의 'A', 브레이크(Brake)의 'B', 체인(Chain)의 'C'다. 정비팀에 들어온 따릉이는 무슨 문제로 실려왔든 핸들부터 바퀴까지 볼트 하나하나 '종합검진'을 받는다. 고장 난 부품만 수리하는 보통 자전거의 삶과 비교해볼 때 바퀴살의 균형까지 세세히 확인받는 따릉이는 호화로운 정비를 받는 편이다.

따릉이 종합검진은 자전거를 깨끗이 닦아주며 끝난다. 브레이크를 갈거나 체인을 조이는 등 어려운 정비를 옆에서 지켜만 봤던 기자도 걸레는 자신 있게 들었다. 따릉이의 몸체와 바퀴살, 물받이를 꼼꼼히 닦았다. 따릉이는 도입된 순서대로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몸체에 적힌 번호가 높을수록 새 자전거라고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기억할 팁이 생겼다. 얼룩 없이 깨끗한 따릉이일수록 얼마 전 꼼꼼한 정비를 받은 녀석이다.

마포 상암정비센터에 소속된 정비원 16명이 쌓여 있는 따릉이를 부지런히 고쳤지만, 따릉이 더미는 쉽게 줄지 않았다. 2016년 1만6688건이었던 따릉이 정비는 2018년 5만9571건으로 3.5배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집계한 정비가 5만1658건에 달하고 정비 비용으로만 6억4700만원이 사용됐다.

아픈 곳 많고 빠르게 늙는 따릉이

고장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고치는 사람은 적다. 서울시 전역의 따릉이 정비원은 60명. 한 정비원이 하루에 고칠 수 있는 자전거는 10대 남짓이다. 추승우(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보유한 따릉이 2만대 중 각종 고장으로 운행하지 못한 따릉이는 5275대였다. 추 의원은 "따릉이를 2020년 4만대까지 늘린다는 서울시 정책은 질보다 양에 치우친 정책"이라며 "잦은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책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릉이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따릉이 수요가 예상 밖으로 급증해 배송·정비 인원이 부족하다"며 "올해는 민간 자전거 가게인 '따릉이포'에서도 따릉이를 고치고 있다"고 했다. 시설공단은 지난 3월부터 지역 상생과 정비 인력 보강을 목표로 서울 시내 자전거 가게 75곳을 선정해 간단한 자전거 정비를 맡기고 있다.

따릉이가 싼 자전거라 고장이 잦은 것은 아닐까. 따릉이 한 대는 71만원. 일반적인 자전거 가격으로는 매우 높은 편이다. 대여·반납할 때 이용하는 LCD 단말기(43만원) 탓이라고 한다. 자전거 본체의 가격은 30만원 정도로 국산 자전거 브랜드인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납품한다. 단말기는 비싼 가격에도 고장이 잦아 문제다. 지난해 따릉이 단말기 고장은 1만 건이 넘었다. 시설공단은 "11월 도입하는 따릉이에는 기존 단말기보다 고장이 적고 단가가 저렴한(18만원) QR코드 단말기를 달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LCD 단말기가 부착된 따릉이는 2만5000대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들은 "30만원짜리 자전거치고는 따릉이 노화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했다. 따릉이 한 대가 하루 평균 7회 대여될 정도로 '많이' 타고 있을 뿐 아니라 '마구' 쓰기 때문이다. "처음에 따릉이를 수리할 때는 '어떻게 이렇게 자전거를 험하게 타느냐'며 놀랐지요." 지난 3월부터 '따릉이포'로 선정돼 한 달에 따릉이 50대 정도를 수리하는 송림바이크의 최용주(60) 대표가 말했다. 최 대표는 22년째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 자전거는 바퀴에 펑크가 나면 수리하러 끌고 와요. 그런데 따릉이는 펑크 나도 대여소까지 타고 오가는 바람에 타이어가 다 찢어집니다. 때우면 될 일인데 튜브와 타이어까지 갈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