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범보수 진영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 때는 "많은 사람이 일시에 모였다는 것은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며 "그만큼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야당들은 "정부에 유리한 집회는 치켜세우더니 불리할 때는 폄하한다"며 "청와대가 조 장관을 고집하면서 국론 분열이 생겼는데 누가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관저에서 도심 집회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 집회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조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매우 높다.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 정부는 가용한 장비와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는 데도 비상한 각오로 임해 달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민생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주면서 야당의 장외집회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이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 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참모 회의에서 예상보다 인파가 많이 몰렸다는 이야기 등이 나왔다"며 "어떻게든 광화문 집회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입장을 내야 하는 만큼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