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화(41)씨가 제왕절개로 첫딸을 출산한 지난달 11일 남편 김인성(39)씨는 수술 장면을 지켜보며 아내 곁을 지켰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기쁨을 부부가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분당차병원이 지난 7월부터 남편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는 아내의 곁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자 참관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차병원은 2일 "9월까지 남편의 제왕절개 수술 참관 건수가 131건으로 제도 시행 석 달 만에 1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7~9월 분당차병원에서 진행된 제왕절개 수술 248건 중 절반 이상이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 11일 분당차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강영화씨에게 남편 김인성(오른쪽)씨가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분당차병원은 지난 7월부터 제왕절개 수술 모습을 남편이 지켜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제왕절개 수술 보호자 참관이 시작된 7월에는 참관 건수가 39건이었고, 8월에는 45건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추석 연휴가 있었지만 참관 건수는 47건으로 늘었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많은 병원이 제왕절개 수술을 남편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우리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남편이 출산하는 아내의 곁을 지킬 수 있지만, 제왕절개 수술을 받으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부부가 함께 있을 수 없다.

제왕절개 수술 지켜본 아빠 131명

지난달 16일 이모(35)씨는 분당차병원에서 아내의 제왕절개 수술을 지켜보면서 펑펑 울었다. 이씨는 결혼 후 4년 만에 부부를 찾아온 첫아이를 아내와 함께 맞이하기 위해 수술 참관을 결정했다. 이씨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꿈을 꾸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내를 보자 아이가 태어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 참관을 결정한 사유는 '보호자(남편)가 스스로 원한 경우'가 55%로 가장 많았고, 아내가 "남편이 함께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한 경우도 32%였다. 제왕절개 수술을 참관한 131명의 '아빠'는 대부분 "감동적이었다"라거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 함께 있을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수술 과정이 투명하게 과정이 공개돼 좋았다"고 답한 아빠들도 있었다.

아내의 제왕절개 수술을 지켜본 한 40대 남성은 "첫째 아이를 낳을 때 수술실 밖에서 걱정하면서 기다렸던 생각이 나서 둘째 출산 때는 아내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며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니 '아내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사·간호사 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첫째 아이를 출산한 산모들은 "두려움이 컸는데 남편이 함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산모와 보호자, 의료진 간 신뢰 높아져

분당차병원이 제왕절개 수술 참관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병원 산부인과 의사들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의료진도 만족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정상희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보호자 참관 제도를 시작한 이후 산모와 보호자들이 의료진을 더 많이 신뢰하게 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부부가 함께 아이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감격스러워하고, 의료진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니 의료진도 보람과 감동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산모와 아이의 안전을 위해 남편이 감염병 의심 증세가 있거나 수술 전 2주 이내에 해외를 다녀온 적이 있으면 수술 참관을 할 수 없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의료진처럼 손을 소독하고, 옷을 갈아입고, 모자·덧신·마스크를 착용한다. 수술이 끝나면 남편은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 근처로 가서 아이의 태명을 불러주고, 아내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준 뒤 수술실에서 나온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산모와 보호자들의 반응이 좋아 현재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부부들에게 많이 권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모와 아이의 안전은 철저하게 지키면서, 가족들이 탄생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