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탄핵 조사의 계기가 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 녹취록을 백악관이 공개하면서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젤렌스키가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가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자, 젤렌스키는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이다. 우리는 그 사건의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당장 우크라이나에서는 젤렌스키가 검찰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젤렌스키가 EU·독일·프랑스를 싸잡아 비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거의 안 될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하자, 젤렌스키는 "100% 정도가 아니라 1000% 맞는 말"이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며 "논리적으로는 EU가 최대 파트너가 돼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미국이 EU보다 훨씬 더 큰 파트너"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젤렌스키가 EU를 비판한 것은 미국의 탄핵 조사에 연관된 것보다 100배 국익에 해롭다"고 했다. EU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이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이후 EU는 우크라이나에 지원금 또는 차관 명목으로 총 150억유로(약 19조7000억원)를 지원해왔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대통령에게 '모니카 젤렌스키'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줬다"고 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의 도화선이 된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에게 빗댄 것이다.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공개될 줄 알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