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의 영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배경엔 종합 식품 기업 아워홈의 오너 가문 내부 갈등이 있다.
아워홈 창업주인 구자학(89)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62) 아워홈 대표와 삼녀인 구지은(52) 캘리스코 대표가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구자학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삼남, 그의 아내인 이숙희씨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녀여서 아워홈은 LG와 삼성가(家) 인맥이 연결된 재벌 가문이다.
남매의 다툼이 법정까지 가게 된 계기는 지난 3월 아워홈이 구지은 대표가 운영하는 캘리스코에 '거래 종료' 공문을 보내면서다. 캘리스코는 지난 2009년 아워홈의 외식 사업인 사보텐 부문의 물적 분할로 설립된 회사로 사보텐 이외에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코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워홈은 캘리스코의 외식 사업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공급하고 구매 및 물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캘리스코에 따르면 아워홈은 캘리스코로부터 26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워홈과 캘리스코는 지분 관계로도 얽혀 있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의 지분 20.67%를 보유해 구본성 대표(38.56%)에 이어 2대 주주이고, 아워홈은 캘리스코의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다. 구지은 대표는 "오빠 아들의 사내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 증액 등에 이의를 제기하자 오빠가 아워홈의 경영을 독점하고 내가 지배 주주인 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악의를 갖고 거래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지은 대표는 가처분 신청서에 "아워홈에 이득이 되는 거래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위법행위를 통해 회사(아워홈)에 큰 손해를 끼치려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구지은 대표는 2004년부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해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친 반면, 구본성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소 임원 등으로 회사 밖에서 일하다 2016년부터 아워홈을 맡았다. 구지은 대표 측은 구본성 대표가 회사 장악을 위해 가족을 이사로 선임하고 이사 급여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식자재 공급을 계속해달라는 캘리스코의 요청에도 아워홈은 지난 8월 캘리스코에 10월 12일부로 상품 공급을 끊고, IT 지원 서비스, 물량 도급 등은 연말에 종료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캘리스코는 입찰 공고를 내 아워홈 대체 업체를 찾긴 했지만 전산망 등을 짧은 시간에 대체할 수 없어 10월 12일 아워홈이 상품 공급을 끊으면 70여개 점포 영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주와 종업원 등 외식매장에서 일하는 관계자 1500명도 식자재 공급 중단이 영업 중단으로 이어질까 불안에 떨고 있다.
구지은 대표는 "캘리스코는 10년 넘게 아워홈이 독점적으로 제품을 생산·가공·구매해 제공했기 때문에 새로운 공급처가 안정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소 1년 동안 물품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워홈은 "불합리한 상황들로 인해 거래 중단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원의 판결 전 회사의 입장을 상세히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