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선호 기자] "구속이 올랐다".
KIA 타이거즈 좌완 이준영(27)이 선발등판에서 의미있는 호투를 했다. 지난 2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을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승리를 안지 못했지만 팀의 5-0 승리를 이끈 일등 공신으로 인정받았다.
특별했던 등판이었다. 군산상고 -중앙대 출신으로 2015년 2차 4라운드에 낙점을 받고 입단했고 1군 경력은 미천했다. 2016년 13경기에 등판해 17⅔이닝만 소화했다. 2패 1홀드의 성적을 남기고 군 복무(상무)를 했다. 작년 제대했고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주목을 받아 기회를 잡았다.
하준영과 함께 좌완 불펜요원으로 기대를 받았다. 대량실점 경기가 생기면서 롱릴리프로 보직이 정해졌다. 지는 경기의 추격조로 나섰다. 세 번이나(40일) 2군으로 내려갔지만 1군의 시간(146일)이 훨씬 길었다.37경기에 출전해 51이닝을 소화했다. 1승1홀드,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투구로 함께 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높여갔고 이날 선발 기회를 얻었다. 서재응 코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고 선발투수로 발탁했다. 양현종,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 등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것이 기회를 얻은 이유였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선발등판이었다.
상대는 리그 최강의 타선을 보유한 키움 히어로즈였다. 정교한 타자와 파워 타자들로 구성되어 타선의 짜임새도 좋다. 이준영을 위축되지 않고 차분하게 키움 타자들을 무실점으로 요리했다. 의외의 호투였다. 정교한 제구력을 발판으로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등 5개 구종을 구사했다.
특히 직구의 최고구속이 145km를 찍었다. 140km대 초반의 구속이 훌쩍 오른 것이다. 볼의 힘이 좋았고 변화구의 각도 예리했다. 키움의 간판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했다. 5이닝 동안 한번도 연타를 맞지 않았다. 주자를 1루에 두고 두 번이나 병살타로 유도하는 솜씨도 좋았다.
이준영은 이번 깜짝 호투로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 팀에게도 상당한 호재가 되는 호투였다.올해 KIA 필승조 좌완투수는 하준영이었다. 임기준은 원포인트 릴리프였다. 이제는 선발까지 가능한 제 3의 좌완 이준영까지 등장해 활용폭이 훨씬 커지게 됐다. 이준영이 2020시즌을 향해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준영은 "처음 선발등판을 하라는 통보를 받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 진짜여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최대한 볼넷을 주지않고 승부하려고 했다. 올해는 롱릴리프로 나가 실점을 많이 해 아쉬웠다. 그래도 구속이 오른 것이 성과이다. 내년에도 보직에 상관없이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고 꾸준한 투수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다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