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연구용역보고서 발주에 4300만원의 나랏돈을 투입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앞서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 건립 상황을 뉴스로 접한 뒤 불같이 화냈다"고 밝힌 만큼, 이 연구용역 예산은 별다른 쓸모 없이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실이 입수한 182쪽 분량의 전주대 산학협력단 보고서는 "국가적 혼란과 정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대통령 기록관 설립 타당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대통령 기록관 제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 추진의 전제로, 대통령 기록물 정치적 오용·악용 경험의 트라우마 극복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담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대통령 기록관에서 삭제된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 사태 등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용역보고서는 노 전 대통령이 개별 대통령기념관을 설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대통령 기록의 정치적 악용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어 올해 1~3월에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과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에 대해 협의했고, 행안부 차관·장관 보고도 차례로 거쳤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5명의 공무원을 투입해 문 대통령 기록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내부 문건에서 퇴임 대통령의 사회적 기반 제공,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문화 정립 등에 개별 대통령 기록관이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구속한 문 정권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의 공공 기록물 등을 영구 관리하는 기관인 대통령 기록관은 2016년 세종특별자치시에 건립됐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의 '문 대통령 기록관' 설립에 17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본지 보도로 드러나자 청와대는 "문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대통령까지 '패싱'하고 사업을 추진한 인물을 찾겠다"면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조용우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을 행안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여당 반발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