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안이한 기후변화 정책이 나의 꿈과 유년기를 앗아갔다."
16세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단호하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장 안에 울려퍼졌다. 각국 지도자들은 숨을 죽인 채 어린 소녀의 연설에 주목했다.
23일(현지 시각) 툰베리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3분 연설을 통해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탄소 배출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지적한 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각국 지도자들을 질타했다.
툰베리는 "여러분은 기후변화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미 당신들의 배신 행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온갖 공허한 말들로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앗아갔다"고 감정에 북받쳐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이 잘못됐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나는 이곳이 아니라 대서양 건너편의 학교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아직도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있다. 그리고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편을 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여러분이 이 문제를 회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여기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주 금요일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8세 무렵 처음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배운 뒤 가족과 친구들에게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나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자 크게 낙담하고 말문을 닫았다.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서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툰베리는 멈추지 않고 환경 캠페인을 벌여 전 세계 160개국의 청소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툰베리는 뉴욕에서 열린 이번 유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기 대신 18m 길이의 태양광 소형 요트를타고 4800km를 항해,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6세 소녀의 당찬 연설에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충격에 빠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청년들의 연설 후 회의장에 가득찬 격렬한 감정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싶다. 어떤 정책 입안자들도 세대간 정의를 요구하는 외침에 귀머거리로 남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미개발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지원금 20억유로를 두 배로 늘려 40억유로(약 5조2500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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