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상하이 홍차오국제공항 2터미널 출입구 앞. 남성 서너 명이 붉은 바탕에 노란 별 5개가 그려진 깃발을 공항청사 기둥에 달고 있었다.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다. 오성홍기 옆엔 ‘국가 경사를 즐겁게 보내자’는 의미로 환두궈칭(歡度國慶)이라 쓴 붉은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10월 1일 중국의 ‘국가 경사’인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 거리가 붉게 물들고 있다. 올해는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는 해다. 중국 정부는 길거리와 지하철역 등에 오성홍기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오성홍기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애국주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대의 반(反)중국 시위도 중국 국민의 오성홍기 애국심에 불을 지폈다.
이달 1일 중국 국영 CCTV는 ‘오성홍기,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CCTV가 새 학기 시작을 맞아 매년 9월 1일 저녁 8시에 방송하는 ‘개학 제1과’ 프로그램의 올해 주제를 오성홍기로 정하고 어린 학생들이 오성홍기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중앙선전부와 교육부가 공동 제작한 관제 방송이다. 방송에선 "중국인은 오성홍기의 존엄과 영광을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오성홍기는 중국 형명을 상징하는 빨간 바탕의 왼쪽 윗부분에 노란색 큰 별 하나와 작은 별 네 개가 그려진 깃발이다. 큰 별은 중국 공산당, 작은 별 네 개는 각각 노동자, 농민, 도시 소자산 계급과 민족 자산 계급을 상징한다. 작은 별 네 개가 큰 별을 감싸는 형태로, 공산당을 중심으로 단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을 이끌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마오쩌둥이 건국일인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 오성홍기를 게양하며 중국의 새 국기를 선보였다. 지금도 톈안먼광장에선 매일 아침 국기 게양식이 거행된다.
중국 중앙정부에 저항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위대의 오성홍기 훼손은 중국인의 자긍심을 건드렸다.
반중 시위대는 지난달 3일 홍콩 페리 부두 국기 게양대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내려 바다에 던졌다. 오성홍기가 바닷물에 젖어 떠 있는 모습에 중국인들은 격분했다.
홍콩에서 15주째 주말 시위를 맞은 이달 15일엔 시위대 일부가 중국 공산당을 향한 적개심을 표출하며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중국 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소셜미디어에 ‘오성홍기엔 14억 수호자가 있다(#五星红旗有14億護旗手#)’는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애국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선 오성홍기를 활용한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8일 "국경절이 다가오면서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성홍기 깃발과 풍선, 스티커, 랜턴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