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가운데 덩달아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한 관심 역시 새롭게 환기되고 있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영화가 보였던 세심한 부분들이 조명되며 '다시보기' 열풍도 감지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을 말한다.
경찰은 지난 18일 현장 증거에서 발견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A씨가 진범이 맞다면 국내 범죄사상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이 33년 만에 풀리게 된다. 현재 A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7월 15일 DNA감정 의뢰해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중에 있다"고 전했다.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 완료 이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제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 진행해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
진범에 대한 접근은 DNA 분석 기술 발달로 인해 가능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 지난 7월 15일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감정 의뢰했던 것.
경찰은 대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분을 산 한국 대표 미제사건인 만큼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 더불어 이 같은 실화를 모티프로 만들어져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이 사건을 좀 더 대중에 널리 구체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당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범죄 스릴러 장르 수작인 만큼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팬들도 많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10주년 행사에서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1년간 조사를 되게 많이 했다. 실제 사건과 관련된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은 누구겠나. 당연히 범인이다. 그런데 만날 수 없었다. 범인을 만나는 것에 대한 상상을 굉장히 많이 했고, 범인을 만나면 할 질문 리스트도 항상 갖고 다녔다. 1년 가까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영화가 완성될 때쯤에는 '내가 범인을 잡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그 사람'(진범)의 캐릭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봉준호는 당시 "영화에도 나온 8차 사건을 보면 피해자 음부에서 복숭아 8조각이 나오는데, 실제 있었던 내용 그대로 담은 건데, 그건 과시적인 행동이다. 이유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그 행동이 신문이나 TV를 통해 나오길 바라는 거다. 매체를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고,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술 마시면서도 '개봉하면 영화를 보러 올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라스트 신을 송강호 배우가 카메라를 보게끔 연출한 것도 있다. 극장에 온 범인과 실패한 형사가 마주하기를 의도한 것도 있다"고 말해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높였던 바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10년간 범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혈액형은 B형이다. 86년 1차 사건으로 봤을 때 범행 가능 연령은 1971년 이전생"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범인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용의자가 잡힘으로써 영화가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상황. 극장들은 현재 재개봉 계획을 딱히 가지고 있진 않다. 대신 여러 플랫폼을 통해 네티즌의 영화 다시보기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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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