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피해 여중생이 실종됐을 당시, 초동대응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경찰관에 내려진 정직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 당일이던 지난 2017년 9월 30일 서울 중랑경찰서 수사팀 소속 A경위는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다. 당시 피해자 B양의 어머니는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밤 11시 15분쯤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112상황실은 중랑경찰서 등에 즉시 출동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소파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A씨와 같은 근무조였던 순경은 "알겠다"고만 답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최초 출동 지령 후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망우지구대를 찾아 수색상황만 물어볼 뿐이었다. 그 사이 B양은 이영학에게 살해됐다.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자 같은 해 10월 자체 감찰을 벌여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 지침 위반과 지연보고, 112신고 처리지침 위반 등을 조사했다. 이에 중랑서장 등 책임자 9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A씨는 재판부에 당시 코드1 지령이 여러 건 발령돼 부득이하게 출동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더 우선해 처리할 사건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설령 다른 사건으로 즉시 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도 신고자와 통화하고 관할 지구대에 초동 조치 상황을 문의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같은 근무조의 경력이 짧은 순경에게 무선 지령의 청취를 일임하고는 그런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경찰 공무원은 직무 특성상 높은 성실성이 요구되고, 특히 실종아동 등 가출인 관련 신고는 초동조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A씨는 잠을 자느라 출동 지령조차 몰랐고, 관련 매뉴얼을 숙지하지 않아 징계 수준도 적정하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판사 오철권)도 피해 여중생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1억8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초반에 이영학의 딸을 조사했다면 손쉽게 B양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B양 사망에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이 일정 부분 있다"고 판단했다.